서울의 아파트 전경(자료 연합뉴스)
서울의 아파트 전경(자료 연합뉴스)
집값이 오르면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70% 밑으로 떨어졌다. 서울에서는 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갭투자 우려는 줄었지만, 그만큼 전세 세입자들이 내 집 마련을 하기에는 자금 부담이 커졌다.

27일 KB국민은행 리브온이 발표한 2월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69.8%로, 지난달(70%)보다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이 70% 미만으로 내려간 것은 2014년 11월(69.6%) 이후 5년3개월 만이다.

전세가율이 낮아졌다는 건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커졌다는 의미다. 최근 낮아진 전세가율은 전세가격이 안정됐다는 의미보다, 매매가격이 전셋값 보다 더 급등한 데에 따른 것이다.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월 0.20%, 2월 0.22% 상승했다. 매매가격은 이보다 높은 0.38%, 0.46% 각각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서 전세가율은 55.6%로 2013년 1월(55.2%) 이후 7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달 들어 매매가격이 0.51% 오른 데 비해 전셋값 상승률은 0.26%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구별로는 용산구의 전세가율이 46.5%로 가장 낮았다. 강남구와 송파구가 각각 47.7%, 영등포구도 49.3%를 기록하는 등 50%를 밑돌았다. 반면 중랑구는 65.6%로 전세가율이 가장 높았고, 중구(63.1%), 강북구(62.9%), 관악·종로구(62.7%) 높게 나왔다.

최근 영통·장안·권선구 등 3개 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수원시도 전세가율이 70%를 밑돌았다. 이달에 69.2%로 나타나 2014년 2월 이후 6년 만에 70%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매매가격이 급등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안양 만안구 아파트 전세가율도 69.3%를 기록했다. 2014년 8월(69.5%) 이후 처음 70% 밑으로 내려왔다. 의왕시의 전세가율은 70.2%로 70%대를 유지했으나 2013년 12월(70.2%) 이후 가장 낮았다.

집값 상승폭이 큰 대전의 전세가율도 계속 하락 중이다. 대전 아파트 전세가율은 67.8%로 2013년 4월(67.8%) 이후 최저치였다. 최근 매매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광주는 전세가율이 70.5%로 지난달(70.4%)보다 소폭 상승했고, 전셋값이 많이 오른 울산(69.5%)과 세종(50.0%)도 지난달보다 전세가율이 상승했다.

한편 전세가율은 업계에서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로 활용되곤 한다. 이번처럼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차이가 커지면, 매매전환에 투입되는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소극적으로 변한다. 반대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가까울수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활발해진다. '갭투자'라고 불리는 전세를 끼로 집을 사는 투자도 전세가율이 높을 때 발생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