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은 부동산 공부 열풍, 갭투자도 성행…"비트코인 광풍 닮은 꼴"
30대 이하 공인중개사 응시·합격률 30% 훌쩍…집값 상승·취업난 등 영향


부동산 스타강사와 유튜버들의 영향력은 대학생, 사회 초년생과 같은 20·30세대는 물론, 10대들에게까지 파고 들었다.

부동산을 배우고 싶다고 유명 유튜버를 찾아가는 10대부터, 유튜버와 투자 상담을 받고 갭투자'(전세를 끼고 적은 초기 투자금으로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를 하는 대학생도 수두룩하다.

부동산 말고는 돈 벌 곳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대학에서는 부동산 투자 관련 학회·동아리가 잇달아 생기고 있다.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라고 불리는 20·30대는 '오포(삼포에 집·경력도 포기) 세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와 관련 분야 취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젊은 층들의 부동산 투자 열풍이 과거 우리나라를 휩쓴 비트코인 광풍과 닮았다고 말한다.
[부동산을 흔드는 손] ② 갭투자에 뛰어든 2030…10대까지 가세

◇ "나도 돈 벌고 싶다"…부동산 유튜버 찾아가는 청년들

"애청자인 대학생 이○○ 님은 아르바이트로 모은 500만원으로 목동에 있는 신축 5년 된 빌라를 사드렸습니다.부동산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사람들은 빌라를 사면 산 순간부터 값이 내려간다고 말하지만, 저희와 함께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 A씨는 지난해 2월 올린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이모(24) 씨가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500만원으로 A씨와 상담한 후 갭투자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에 있는 준공 5년 차 분리형 원룸의 당시 가격은 1억4천500만원. 전세 1억4천만원이 끼어 있어 500만원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현재 그 대학생은 투자금을 회수하고 약 2천만원의 시세차익을 봤다고 A씨는 주장했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정모(26) 씨는 서울에 연고가 전혀 없지만, 유튜브를 보고 무작정 상경해 A씨를 만난 경우다.

정씨는 "부동산을 배우고 싶어 이곳에서 청소라도 하며 도제식으로 교육을 받겠다고 했다"며 "상담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과 부모님께 빌린 돈을 합친 4천만원으로 2017년 말에 목동의 한 아파트에 갭투자 했다"고 말했다.

집값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직관적이고 쉬운 SNS의 사용이 대중화하면서 이에 영향을 받은 대학생들까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문 PD까지 고용한 A씨의 유튜브 채널은 현재 구독자가 8만1천여명에 달한다.

PD B씨는 "유튜브는 무수한 부동산 정보들이 올라오고 접근성도 좋다"며 "유명 부동산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찾아오는 대학생들이 수두룩하고, 부동산으로 성공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10대도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을 흔드는 손] ② 갭투자에 뛰어든 2030…10대까지 가세

◇ 대학가도 "부동산 배우자" 열공중…갭투자에 빠진 20·30세대

대학가는 부동산 투자 방법과 노하우를 배우려는 학생들로 붐빈다.

과거 1990년대 대학가의 재테크 동아리는 주식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대부분 부동산 관련 동아리다.

동아리에서 시작된 투자모임은 재학생과 졸업생까지 참여하는 학회 형식으로 발전했다.

서울대 '에스알시'(SRC)는 부동산 금융과 투자 관련 지식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스터디 모임으로 2017년 하반기부터 학부생 위주로 구성원을 재편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학회 관계자는 "학회원들끼리 스터디를 조직해 법원경매나 부동산 간접투자 금융상품인 리츠(REITs)에 투자하는 사례도 있다"며 "선배 기수 4∼5명이 돈을 모아 건물을 매입해 임대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소개했다.

지원서를 작성하고 면접까지 치러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지난해 9월 에스알시의 가입 경쟁률은 3대 1을 웃돌았다.

건축학과와 상경계열 학생들이 많은 편이지만, 원자핵공학과나 서양화과 등 부동산과 전혀 관련 없는 전공자들도 있다.

에스알시는 2017년부터 다른 대학 부동산 학회인 고려대 '크레딧'(KREDIT), 건국대 '선'(SUN)과 연합해 정기적으로 교류 중이며 지난해 하반기 연세대 '와이알피'(YRP)와 중앙대 '케이에이아이시'(KAIC)가 합류해 연합 교류회의 규모가 더 커졌다.

지난해 9월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한 와이알피는 신입 학회원 모집 경쟁률이 3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학회의 한 회원은 "아직 새 학기 시작 전이라 모집 공고를 내지 않았는데도 가입 문의 전화가 많다"며 "부동산 시장은 성장하는 블루오션이지만 대학생 입장에서 부동산 금융은 생소하고, 관련 지식을 배울 기회도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대학생들이 과거처럼 사회 문제보다는 취업과 재테크라는 현실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실용 학문의 측면에서 부동산이 취업과 자산 형성에 중요하다는 인식이 대학가에도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부동산을 흔드는 손] ② 갭투자에 뛰어든 2030…10대까지 가세

대학생들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는 전국 곳곳에서 실제 갭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2018년 부동산 광풍이 불었을 때 2천만∼3천만원을 들고 갭투자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대학생들이 있어 깜짝 놀랐다"며 "지금은 집값이 많이 올라 소액투자가 불가능하지만 당시에는 3천만원만 있으면 소형 아파트 갭투자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대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지방 등지를 돌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주택을 찾아 투자한다.

포항 소재의 한 대학교수는 "취업이 어렵고 미래가 불확실한 지방대 학생들은 부동산 투자 동아리에 살다시피 한다"며 "40∼50대 부모 세대의 부동산 재테크를 보고 자란 학생들이 직접 투자에 뛰어드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20·30대에 있어 갭투자는 내집 또는 목돈 마련을 위한 '사다리'다.

국토교통부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에게 제출한 '아파트 입주계획서'에 따르면 지난해 투기과열지구내 3억원 이상 아파트 매수자 가운데 30대가 28.4%로 40대(30.8%)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고, 20대가 2.7%, 10대도 0.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주택을 매입한 10대 가운데 68%, 20대 중에는 54%가 실거주가 아닌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했다고 답변했다.

대부분 갭투자를 했다는 의미다.

최근 12·16대책 이후 서울 고가주택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수원·용인 등 일부 경기 남부 지역에도 갭투자 수요 가운데 20·30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0·30세대는 청약가점이 낮아 새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인데다 부모 세대가 올려놓은 집값 때문에 무주택자로 전락할까봐 불안감도 상당하다"며 "이 세대에게 갭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금으로 할 수 있는 투자 또는 내 집 마련의 수단"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20·30대의 갭투자 열풍이 2017년 말 불어닥친 비트코인 광풍과 흡사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당시 대출 규제에도 가라앉지 않던 비트코인 열풍은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등 강경 발언 이후 가격이 급락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투자자까지 발생해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부동산 시장에는 앞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갭투자로 무리해서 상투를 잡은 20·30대가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청년 고시'된 공인중개사 시험

'은퇴자의 고시', '퇴직자들의 전유물'이라고 불리던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대학생을 포함한 20∼30대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응시자(12만9천694명) 가운데 30대 이하는 전체의 37.6%(4만8천841명)를 차지했다.

20대와 30대가 각각 1만3천277명, 3만5천196명이었고, 10대도 368명이나 응시했다.
[부동산을 흔드는 손] ② 갭투자에 뛰어든 2030…10대까지 가세

작년 공인중개사 합격자(2만7천78명) 중 30대 이하의 비중도 33.7%(9천132명)로 집계됐다.

특히 합격자 가운데 10대와 20대가 각각 19명, 2천672명에 달했다.

부산의 대형 공인중개사학원 직원은 "20∼30대 수강생이 학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최근 30%대에 이르렀다"며 "집값 상승에 따른 중개 수수료율 증가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공인중개사는 특별한 자격 기준이 없어 누구나 응시할 수 있고 정년이 없어 은퇴자들의 생업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집값 상승과 취업난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갖는 20∼30대의 진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하면 건설사·부동산 신탁사·시행사 등 관련 업종 취업에도 유리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작년 연말 기준으로 전국의 개업공인중개사 수가 10만6천명이 넘어 포화 상태고, 전국적으로 부동산중개업소의 신규 개업도 6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며 "그런데도 집값 상승과 취업난에 20∼30대 젊은 층의 응시·합격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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