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빅 브라더' 실거래법 개정안 3월 시행
"주택거래허가제와 같은 효과"

'우한 쇼크'로 규제완화 검토해봄직한데
政, '12.16 대책' 풍선효과로 외통수 걸려
서울 강북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전경 /한경DB

서울 강북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전경 /한경DB

요즘 부동산 커뮤니티와 지역별 단톡방에는 “부동산 담합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을 금지한다”는 ‘방장’들의 고지가 많이 올라옵니다. 국토교통부가 각종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직접 수사를 전담하는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오는 21일부터 운영함에 따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회원들의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들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엔 ‘회원 중에 대응반이나 부동산 대책을 짜는 공무원들이 있어 이곳을 감시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충분히 개연성 있는 가정이기도 합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한국 부동산 시장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연상시키는 ‘감시 시대’에 돌입한 것은 분명합니다. 3월에 시행되는 ‘부동산실거래법’ 시행령 등 개정안이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택 구입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 거래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 거래로 확대됩니다. 자금조달계획서 작성 항목별 증빙서류인 예금잔액증명서, 납세증명서, 부채증명서 등 각종 서류 제출도 의무화되지요.

“주택거래 허가제가 시행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얘기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란 의미입니다.

‘12‧16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자유로운 주택거래가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무주택자들은 전셋값 폭등과 전세의 반전세 전환 가속화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상급지’로 갈아타려했던 1주택자들은 양도세 등 비용부담 증가 등으로 지금 사는 곳에서 발이 묶여버렸습니다. 다주택자들은 늘어나는 보유세를 충당하기 위해 연 초부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비상 대책’에 돌입했습니다.

‘감시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 문제는 무주택자, 1주택자, 다주택자 모두가 궁금해 하는 사안입니다. 개인적으론 ‘문재인 정부 기간엔 감시가 지금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연 초 있었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주택거래허가제 관련 발언 소동이나, “더 강력한 대책을 끊임없이 내 놓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을 감안하면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부동산 감시를 완화하는 쪽으로 궤도수정을 검토해볼만한 외부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올해 한국 경제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게 대표적입니다.

해외 주요 기관의 한국 GDP 증가율 전망치 변화

해외 주요 기관의 한국 GDP 증가율 전망치 변화

가뜩이나 녹록치 않은 여건 속에서 정부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우한 폐렴) 변수가 터져 나오면서 올해 한국 경제는 위기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003년 발병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연 0.25%포인트 하락시킨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금은 당시보다 세계 및 한국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에 충격도 그 때보다 클 것이란 게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분석입니다.

다른 정부 같았으면 경기부양 효과가 큰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 사용에 충분히 들어갔을 만한 환경이지요.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 활동을 자극하는 수단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지금과 같이 경직된 환경 속에서는 그런 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여권 내부에서 부동산 감시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작게나마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최재성(서울 송파을), 전현희(서울 강남을), 김병관(경기 성남 분당갑), 김병욱(경기 성남 분당을), 황희(서울 양천갑) 의원과 서울 서초을에 출마하는 박경미(비례대표) 의원 등 이른바 더불어민주당 ‘험지’ 출마자 모임은 “1가구1주택 부동산 실수요자를 위해 정부 대책을 완화해야한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만에 하나 정부가 시장에 ‘부동산에 대한 감시,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신호를 주게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게 될까요. “엄청나게 줄어든 공급, 쌓인 에너지를 감안할 때 집값 상승을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 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12‧16 대책에서 15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막아버리니 수도권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불타오르는 것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규제완화를 검토해봄직한데 뒷감당할 자신은 없고… 부동산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쓸 수 있는 변수(變數)가 아니라, 건드려선 안 될 상수(常數)로 만들어 버린 정부 입장에선 참 갑갑하게 됐습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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