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소사벌지구에 밀집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평택 소사벌지구에 밀집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 접근성이 좋고 교통망이 확충되는 수원이나 용인, 안양 등은 연일 집값이 꿈틀하고 있다. 하지만 안성, 평택 등과 같이 경기도 외곽 도시에서는 적체된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불 꺼진 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은 증가하는 추세다.

7일 인천시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기준 6051가구였다. 인천은 2018년 12월(1324가구) 대비 줄어든 966가구인 반면, 경기도는 4968가구에서 5085가구로 늘었다. 미분양을 주도한 건 안성과 평택이었다. 몇년째 공급이 지속되면서 미분양 아파트는 안성이 976가구, 평택이 927가구로 1000가구에 육박했다. 화성(500가구)과 의정부(345가구), 양주(335가구)도 다른 지역들에 비해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이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도 많다. 경기도의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는 2616가구인데, 이 중 안성에서만 1000가구가 남아 있다. 중앙대 안성캠퍼스 인근에 지난해 5월 들어선 ‘안성공도서해그랑블’은 전체 976가구 가운데 465가구가 불 꺼진 아파트다. 안성산단 옆에 2018년 12월 입주한 ‘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 또한 1657가운데 352가구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9월 집들이를 앞둔 ‘안성공도우방아이유쉘’은 715가구 중 104가구가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아 있어 준공후 미분양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A공인 관계자는 “인근에 스타필드가 들어선다는 호재에도 1년 동안 미분양이 200가구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며 “그동안 일대에 공급이 지나치게 많았던 영향”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성과 가까운 평택도 사정은 비슷하다. 평택은 고덕과 소사, 지제 등 사실상 도시 전체가 개발 중이다. 최근 4년 동안만 5만 가구에 가까운 입주가 진행됐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8.29% 떨어져 수도권에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지난해 말 소사벌지구에 들어선 테라스하우스 ‘효성해링턴코트’는 447가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21가구가 비어 있다.

미분양이 장기간 이어지는 곳도 있다. 남양주 화도읍에 2015년 나란히 들어선 ‘월산사랑으로부영1·2’차는 분양분 639가구 가운데 171가구가 5년 가까이 미분양이다. 인근 경춘선 마석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개통이 확정됐지만 미분양은 좀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화도읍 B공인 관계자는 “미분양은 모두 대형 면적대”라면서 “시가지와 떨어져 있는 데다 주변 편의시설이 많지 않아 수요가 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입주한 의정부 용현동 주상복합아파트 ‘웰링턴’은 팔린 집보다 안 팔린 집이 더 많다. 전체 200가구 가운데 183가구가 미분양이다. 바로 옆에서 공사 중인 ‘탑석센트럴자이’가 2년 전 41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일찌감치 계약을 마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용현동 C공인 관계자는 “같은 GTX 호재라도 단지의 ‘체급’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며 “인근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더라도 ‘갭메우기’를 하며 따라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도 미분양이 골치다. 학익동에 들어선 ‘학익두산위브’는 준공후 미분양이 곧 10년을 채운다. 2011년 입주한 이 아파트 432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은 주인이 없다. 모두 대형 면적대다.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갈수록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13만1000가구로 지난해(15만7000가구)보다 2만 가구가량 적다. 내년엔 9만4000가구로 더욱 줄어든다. 하지만 ‘공급 소나기’가 그친 뒤에도 미분양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지적인 수급 여건이나 주변 기반시설 확충 등에 따라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집값이 과열되고 있다지만 수원과 용인 수지구쪽이 달아오를 뿐 북부와 외곽 지역은 조용한 장세”라며 “일부 지역은 인기 지역와 갭메우기 장세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갭이 더 멀어지는 곳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