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좌가 아니라 현금 거래를 통해 집을 판 집주인은 거래 대금을 어디에 썼는지 각 구청에 증빙자료를 내야 한다. 정부가 현금을 통한 부동산 거래를 비정상 거래로 판단해서다. 매수자의 주택 구입자금뿐 아니라 거래 이후 매도자의 지출 내역까지 정부가 들여다보는 건 과도한 사생활 침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2월 4일자 A27면 참조

국토교통부는 4일 보도설명 자료를 내고 “거래 금액의 허위신고가 의심되면 매도인에게 거래대금 지출 증빙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정상 거래로 의심되면 집주인이 집을 판 돈을 어디에 썼는지 정부에 소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8월 개정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6조에 따른 조치다. 이 법률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 및 신고관청은 부동산 거래 신고에 누락 사항이 있거나 정확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거래당사자 등에게 관련 증빙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증빙 자료 중에는 ‘매도인은 거래대금을 예금 외에 다른 용도로 지출할 경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포함돼 있다. 당시 일반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국토부는 업·다운계약을 비정상 거래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계약서에는 거래액을 10억원으로 적고, 실제로는 더 높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하는 식이다. 이럴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매도인은 거래대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증빙자료를 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제 거래가격과 신고가격의 차액을 적발하기 위한 용도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만약 거래대금을 쓰지 않았다면 지출 내역이 없다고 통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 계좌로 거래하지 않고 현금 위주로 거래할 때도 비정상 거래로 분류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금 거래는 은행 계좌와 달리 투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출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미래의 지출 계획을 확인하기보다는 매도 금액을 어디에 썼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서울지역 실거래 관계기간 합동조사에서도 매도인에게 거래대금 지출 증빙자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국토부, 서울시 등 32개 기관은 이번 2차 조사에서 편법 증여 등 670건의 의심 거래 내역을 발견했다.

앞으로 정부의 부동산 자금출처 조사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2·16 부동산 안정대책’에 따라 오는 21일부터 국토부에 실거래 조사 권한이 부여돼서다. 국토부는 자금조달계획서 대상지역을 더 넓히고, 조사 전담조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주택법 등 법률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