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파트 청약시스템인 ‘청약홈’이 3일 개시 첫날부터 접속 오류 사태를 빚었다. 청약시스템을 급하게 이관하면서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이달에만 2만여 가구 분양물량이 예정돼 있다”며 “청약시스템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약이 몰릴 경우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둘러 개통한 청약홈 첫날부터 '먹통'…청약대란 오나
예견된 접속 오류 사태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은 이날 오전 8시부터 기존 금융결제원의 ‘아파트 투유(APT2U)’를 대신하는 ‘청약홈’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0년부터 사용한 아파트 투유 청약시스템을 한국감정원의 청약홈으로 이관한 것이다. 이날 오전 청약홈 모바일 앱과 PC용 홈페이지(www.applyhome.co.kr)는 연결 오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못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실시간 청약계좌 정보를 조회하는 은행 연계 서버에서 과부하로 처리가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약홈 접속 오류는 예견된 사태였다고 입을 모았다. 국토부는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에서 청약시스템을 금융결제원에서 감정원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부정 청약, 부적격 당첨자를 방지하는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청약업무 이관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감정원은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지난달 설 연휴 직전에 받았다. 2주일 정도 만에 시스템 이관을 끝내려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시스템 불안 우려 커지나

청약홈은 이날 오후 들어 정상 운영됐지만 시스템 다운 사태가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날 1호 청약 공고를 올린 경북도청신도시 ‘코오롱풍경채’ 공공임대 분양을 비롯해 이달에만 전국에서 2만여 가구의 공급 물량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오는 13일 강원 평창 ‘엘리엇’(150가구)이 최초로 청약 접수에 나서고 18일 경기 수원 ‘매교역 푸르지오 SK뷰’(1800가구), 양주 ‘노르웨이숲’(1140가구) 등이 청약 접수할 예정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엠밸리 9단지’, 인천 부평구 ‘힐스테이트 부평’, 부산 해운대구 ‘쌍용 더 플래티넘 해운대’ 등 2만3296가구(일반분양 2만136가구)가 이달 공급될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마케팅팀장은 “청약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실제 청약에서 1순위자가 청약을 못하게 되는 등 ‘청약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라 분양 일정이 줄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대구 중구 남산 4~5지구 재건축사업을 통해 ‘청라힐스자이’를 분양하는 GS건설은 인허가 승인 지연 등의 이유로 이달 7일로 예정했던 모델하우스 개관을 21일께로 잠정 연기했다.

새로운 기능 숙지해야

청약 대기자는 새로 바뀐 청약홈 시스템에 미리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가장 달라진 점은 청약자격 검증 기능이다. 이를 위해 신청자 본인의 주택소유 확인, 청약가점계산기, 청약자격사전관리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기존 아파트 투유에서는 청약가점을 본인이 직접 계산해서 입력해야 했다. 이 때문에 단순 계산 착오로 당첨이 취소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청약홈에서는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 부양가족 수를 입력하면 가점이 자동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이 역시 부적격 당첨자를 거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투유보다는 나아졌지만 국민이 체감할 만한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며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개인정보가 전부 공유되지 않고 규제 장벽이 많아 반쪽짜리 청약시스템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도 “가점 예외규정만 10개에 달하고 유권해석도 다양하기 때문에 청약홈의 자동계산은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청약자격 확인을 위해서는 청약홈에 미리 공인인증서를 등록해 둬야 한다. 다자녀, 노부모 부양 등 세대원과 관련한 청약자격사전관리 기능을 활용하려면 세대원을 미리 등록하고 세대원이 공인인증서로 이에 동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이나 대상에 따라 적용되는 공급순위와 거주요건, 재당첨 제한 여부 등을 따져볼 수 있다. 청약지도를 통해 청약단지와 인근 시세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