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 아파트 매입 30대가 1위
청약 가점 낮아 당첨 어려워, 기존 아파트 매입
각종 대출 일으켰지만, 집값 약세에 '한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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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에서 집을 산 30대는 잘한 걸까. 아니면 집값 상투를 잡은 걸까.

청약 가점이 낮아 아파트 청약을 포기한 이른바 30대 '청포자'가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경제력이 갖춰진 40~50대들의 매입이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만은 예외적으로 30대가 두각을 나타냈다.

30대들은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사이에도 집값은 오르고 청약 당첨도 가능성이 줄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을 마련한다는 신조어)까지 동원해 기존 주택을 매입했다. 문제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면서 보유세를 강화하고 규제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의 집값은 7개월 여만에 떨어졌고,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른 지역으로도 번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에는 하락한 집값 보다 높은 대출금을 감당할 가능성도 있다.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들. (자료 연합뉴스)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들. (자료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매입 1위 '30대'

2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총 7만1734건이었다. 이 중 30대는 2만691건을 매입해 28.8%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최대 건수를 나타냈다.

기존에 매입 비중이 가장 높았던 40대는 2만562건(28.6%)으로 뒤를 이었고, 50대는 1만3911건으로 19.4%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60대는 7815건(10.9%), 70대는 3809건(5.3%), 기타 2791건(3.9%), 20대 이하 2155건(3.0%) 순이었다.

30대들은 강남 보다는 이외의 지역에서 집을 샀다. 구별로는 성동구의 30대 매입 비중이 36.1%로 가장 높았고, 동작구(35.1%), 영등포구(34.7%), 마포구(34.3%), 강서구(33.7%), 성북구 (32.9%), 서대문구(32.4%) 순으로 높았다. 강남 4구 다음으로 집값이 높은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을 비롯해 영등포 동작구 등 업무지구가 가까운 곳에서 매입이 활발했다.

서울에서 30대가 40~50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파트 매입에 나선 까닭은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로또 아파트'가 많이 나왔지만, 당첨자를 대부분 가점제로만 선정하다보니 30대는 당첨되기 어려워졌다.

서울 인기 아파트들의 청약 가점은 최하점이 50~60점대(만점 84점)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서울 집값이 주춤하면서 당첨 가점도 30점 후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서울 집값이 올라가면서 청약가점이 급격히 치솟았다. 분양되는 아파트마다 '로또 아파트'가 되면서 가점이 높은 청약자들까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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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 당첨 가점 37→60점으로 급등

실제 직방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한 커트라인은 작년 1월에는 37.7점이었지만, 12월에는 60.5점까지 급등했다. 무주택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수가 적은 30대들에게는 '로또 아파트'나 '청약 당첨'은 그림의 떡이 됐다. 30대에서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만점이고 무주택 기한 10년을 채운 4인 가족의 가장이 받을 수 있는 가점은 최고점이 57점이다. 미혼의 30대라면 더더욱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가점이 올라가는 사이 집값도 올랐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9751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6.2%, 3년 전보다 50.0%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집을 산 30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얘기됐던 단어가 ‘영끌’이다. 금융권은 당연하고 가족과 친척, 친구 등을 총동원해 도움을 받아야 간신히 집을 산다는 얘기다. 맞벌이 부부가 많다보니 30대의 대출 한도도 높은 편이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영끌’로라도 집을 산 30대들은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대책으로 집값이 주춤하는 기미를 보이면서 30대의 미소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가 잇따라 강력한 대책을 시사하고 있고, 실제 시장에서도 집값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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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 7개월여 만에 집값 하락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은 '2019년도 부동산시장 동향 및 2020년 전망'에서 "12·16 대책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택가격을 뒷받침할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수도권 주택가격은 7년 만에 0.8% 하락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1월3주(1월2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서는 강남 3구의 집값이 7개월여 만에 일제히 하락했다.

강남 3구는 기존 인기단지를 재건축까지 급매물이 증가하며 모두 하락 전환됐다. 강남 3구는 지난해 6월 2~4주께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주 들어 강남구는 -0.02% 내리면서 33주 만에 하락했고 송파구(-0.01%)와 서초구(-0.01%) 도 각각 32주, 31주 만에 내림세로 전락했다. 재건축 뿐만 아니라 인기 신축 아파트 마저도 급매물이 출현하면서 집값이 떨어졌다.

한편 전국 아파트 기준으로는기존의 통계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의 매입 비중이 28.7%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24.0%), 50대(21.1%), 60대(11.6%) 등의 순이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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