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이러다가 가짜뉴스가 진짜뉴스 되는 거 아니야?"

청와대가 내놓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경한 발언들이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간 '부동산 지라시'와 유사한 점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가짜 뉴스'라며 수사를 의뢰하겠다며 펄펄 뛰었지만 정작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장에 이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퍼져나간 지라시에는 분양가 상한제 개선방안을 13일 오전 10시 국토부 기자실에서 발표하고 백브리핑은 그날 오후 2시에 열린다고 되어 있다. 이 일정은 가짜로 밝혀졌지만, 관련 내용들은 상황이 다르다. 초고가 주택범위의 기준을 낮추거나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이 담겨있어서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언급한 내용과 닮아있다.

강 수석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검토해야할 내용이지만, 특정 지역에 대해서 정말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둬야 된다는 발상을 하는 분도 있다”며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하자는 주장에 우리 정부를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됐던 지라시. 국토교통부는 이를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됐던 지라시. 국토교통부는 이를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라시의 네 번째 항목과 같다. "4. 초고가 주택거래 허가제 도입 - 사전에 구청에 신고하여 자금조달계획서 인정받을 경우 허가"라고 되어 있다. 초고가 주택은 강 수석이 언급한 '특정지역'인 강남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지라시와 유사한 셈이다.

또한 강 수석은 "현재 가격이 15억원 이상인 아파트 구입에 대출이 금지된 기준을 (15억원에서) 더 낮춰도 된다"며 "8억~9억 정도로 접근해 대출제한을 낮춰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국토부가 가짜뉴스로 지목한 두 번째 항목과도 비슷하다. "2. 초고가 주택 범위 12억, 고가 주택 범위 6억으로 현실화"와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도 유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문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에서 “일부지역은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가격상승이 있었는데, 그런 급격한 상승은 원상회복 되어야 한다”며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는 옳은 방향이며 보유세는 공시가격이 현실화되면서 사실상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라시의 다섯 번째 "5. 거래세 인상 ㅡ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는 등록 특별세 추가(1~2%)"와도 내용이 통한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언급했던 문재인 대통령(자료 연합뉴스)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언급했던 문재인 대통령(자료 연합뉴스)
지난 주말만해도 "정책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허무맹랑한 말장난 수준"이라고 치부했던 부동산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숨죽이는 분위기다. 지라시가 돈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유사한 내용을 언급했으니 말이다. 물론 청와대는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라는 말 대신 '정책의 가능성'이나 '도입할 수 있다'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능성'만을 언급하면서 시장을 위협하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커뮤니티에서는 보고 있다.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30%까지 낮춘다는 등의 내용이 청와대 누군가가 언급할 차례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 또한 당황하는 분위기다. 가짜뉴스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소문의 진원지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부는 출입기자들에게 돌린 공지글을 통해 "추가 대책을 예정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국토부를 사칭한 가짜 뉴스 유포에 대해선 수사 의뢰 등 엄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