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대구, 부산 등 지방 광역시 아파트값이 서울 강남 못지않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과 대구 시내 인기 주거지역 중형(전용면적 84㎡ 기준) 아파트값이 10억원을 속속 넘기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때문에 투자 수요가 지방 광역시로 밀려오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강남 찍고…대전·대구·부산 중형 아파트 값도 10억 돌파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자이’ 전용 80㎡ 분양권은 지난달 초 10억7668만원에 팔렸다. 작년 11월 기록했던 신고가(8억5668만원)가 한 달 만에 깨졌다. 수영만과 해운대 등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데다 부산지하철 2호선 동백역이 가까운 역세권 단지여서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해운대 마린시티에 올해 9월 준공을 앞둔 ‘해운대 롯데캐슬스타’ 84㎡ 분양권도 같은 달 10억2910만원에 거래됐다. 약 열흘 전 7억7400만원에 팔린 것보다 약 2억5000만원 넘게 상승했다.

대구에서도 신고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의 ‘강남’으로 꼽히는 수성구 새 아파트값이 강세다. 범어동 ‘힐스테이트범어’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해 11월 1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빌리브범어’ 전용 84㎡도 10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인근 H공인 대표는 “이들 단지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경신중·고와 작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대전 신축 아파트값도 고공행진이다. 도룡동 3년차 아파트인 ‘도룡 SK뷰’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10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2018년 11월(7억원)과 비교해 1년 새 3억원 이상 올랐다. 3.3㎡당 평균 시세는 3000만원을 웃돈다.

통상 주택 가격 10억원은 고가 아파트로 분류되는 심리적 장벽 역할을 한다. 1주택 비과세 한도(9억원)를 넘기는 데다 높은 취득세율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급등 현상이 지방 광역시로 남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13일 기준) 대전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0% 뛰었다. 지난해 4월부터 39주 연속 상승세다. 대구 아파트값은 0.10% 상승했다. 부산(0.05%)도 많이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 아파트값 상승률(0.01%)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 광역시에서도 학군이 좋거나 조망권이 뛰어난 새 아파트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12·16 부동산대책’ 등 서울 집값 조이기 정책 속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시중 유동성이 지방 광역시로 대거 밀려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기 부동자금이 1000조원에 육박할 만큼 시중에 돈이 넘쳐 돈 있는 현금 부자들이 규제가 적은 지방으로 투자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저금리 기조와 4월 총선 등도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