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15억 넘는 마포 같은 동네 두 단지, 대출가능·금지 엇갈려

중개업소 성향따라 가격 차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국민은행(KB) 시세가 아파트 단지마다 들쭉날쭉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금융소비자가 은행에서 대출상담을 하고 있다.  한경DB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국민은행(KB) 시세가 아파트 단지마다 들쭉날쭉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금융소비자가 은행에서 대출상담을 하고 있다. 한경DB

고가 아파트(시세 9억원 이상)와 초고가 아파트(15억원 이상)의 대출 기준이 되는 국민은행(KB) 시세가 단지에 따라 들쭉날쭉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동네에서 실거래가는 둘 다 15억원을 웃돌지만 한 단지 시세는 15억원 미만으로 돼 있고 또 다른 단지 시세는 15억원 이상으로 잡혀 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KB 시세는 일선 중개업소가 입력하는 시세를 기준으로 산출하는데, 중개업소 성향에 따라 가격이 달라져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관심이 적어 시세 변동을 몇 개월째 입력하지 않는 중개업소도 있다”며 “주민 압력을 못 이겨 고의로 시세를 왜곡하는 중개업소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KB시세 일부 '들쭉날쭉'…대출 형평성 논란

실거래가 동일해도 KB 시세 달라

대출 규제는 KB 시세나 한국감정원 시세,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한다. KB 시세와 한국감정원 시세 둘 중 하나라도 기준 가격을 넘으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둘 다 없으면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현실적으로 대출 기준은 KB 시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위원회 설명이다. 시중은행 중 대출 기준으로 한국감정원 시세를 사용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또 거의 대부분 KB 시세가 한국감정원 시세를 웃돈다.

그러나 실거래가가 비슷한 단지라도 KB 시세에 따라 대출 여부가 엇갈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 전용면적 113㎡는 지난해 10월 16억원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 KB 시세는 이보다 낮은 14억7500만원으로 책정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6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KB 시세는 15억8000만원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경기 과천시 별양동 주공4단지 전용 82㎡ 호가는 16억5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KB 시세는 13억5000만원으로 책정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과천시 중앙동 래미안에코펠리스 전용 84㎡ 호가는 주공4단지 전용 82㎡보다 약 1억원 낮지만 KB 시세는 15억1000만원으로 책정돼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별양동 S공인 관계자는 “래미안에코펠리스는 거래가 많아 시세가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된 데 비해 거래가 적은 주공4단지는 매매가격 상승이 뒤늦게 반영되고 있어 KB 시세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같은 주택형에서 층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갈리는 경우도 있다. KB 시세는 세 가지(상위·하위·일반 평균가)로 나뉜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2층 이상은 일반 평균가(15억8000만원)를 적용받지만 1층은 이보다 약간 낮은 하위 평균가(14억7000만원)를 적용받는다. 마포 J공인 관계자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1층은 하위 평균가(14억7000만원)를 적용받아 대출을 받을 수 있고, 2층부터는 대출이 불가능하다”며 “이런 내용을 잘 모르는 실수요자가 많아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개사 성향 따라 집값 다르게 매겨

이처럼 KB 시세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공인중개사 성향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까닭이다. KB 시세는 아파트단지 내 공인중개사 한두 명이 시세를 취합하고 검증해 집값을 결정한다.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보수적인 중개업소는 시세가 변동되더라도 가급적 변동폭을 줄이거나 뒤늦게 반영한다. 적극적인 중개업소들은 빨리 공격적으로 시세 변동을 반영한다. 관심이 적어 몇 개월씩 시세를 그대로 두는 중개업소도 있다. 매물과 손님이 적은 중개업소는 시세 변화를 알아채지도 못한다.

주민 눈치를 보면서 시세를 입력하는 중개업소도 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공인중개소를 하는 김모씨는 “주민들이 고객인 만큼 민원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입주민 인터넷카페에선 “시세 조사를 맡은 공인중개사에게 압력을 넣자”는 주장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 규제 이후에는 아파트 시세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시세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서둘러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선 5억원 이상 주택은 전문 감정평가사가 대출금액을 책정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KB 시세의 정확성은 시중은행이 따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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