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 대납' 유명 강사 검찰 송치
동탄 '고의 경매' 갭투자자도 수사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푸른마을모아미래도’ 아파트. 이 아파트만 25채를 소유하던 한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허위 채무를 이용해 고의로 경매를 신청했다. 네이버 거리뷰 캡처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푸른마을모아미래도’ 아파트. 이 아파트만 25채를 소유하던 한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허위 채무를 이용해 고의로 경매를 신청했다. 네이버 거리뷰 캡처

부동산가격 상승기를 노려 일탈을 일삼던 투자자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투자 컨설팅을 미끼로 수익을 편취한 유명 부동산 강사와 ‘고의경매’로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한 갭투자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정부가 언급한 ‘투기와의 전쟁’이 이들 사건을 통해 서막을 열게 될 전망이다.

◆부동산 ‘스타 강사’의 추락?

14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부동산 강사이자 컨설팅업체 대표인 A씨가 지난 6일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사기와 함께 공인중개사법 위반,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경찰은 이 가운데 대부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출판과 강의 등으로 유명세를 탄 A씨는 역전세 대납을 조건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고액의 컨설팅비를 받으며 활동해왔다. 역전세란 전세가격이 하락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갭투자를 했다가 역전세가 나더라도 자신이 차액을 보전해줄 테니 찍어주는 대로 투자를 하면 된다는 게 A씨가 회원들을 꼬드긴 수법이다. 하지만 주변 입주물량과 상관없이 ‘묻지마 갭투자’가 이어지면서 결국 대거 역전세가 발생했다.

당초 A씨가 경찰에 입건된 건 전세금을 대납받지 못한 회원들이 사기 등의 혐의로 그를 고소하면서다. 그러나 A씨는 수백명에 달하는 회원들에게 역전세 자금을 성실히 대납했다며 방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히려 이 때문에 그에게 대부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대부업자가 아닌 A씨가 전세금 대납을 조건으로 이자수익을 거둬온 사실이 드러나서다. 이 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A씨에게 피해를 본 한 투자자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이라며 “약속한 전세금을 받지 못한 이들은 수억원의 대출을 일으켜 세입자들에게 물어줘야 했다”고 말했다.

A씨의 컨설팅을 받은 투자자들은 대개 아파트 한 채당 1000만~2000만원을 들여 수십채씩 사들였다. 갭투자는 원금이 적다 보니 사들인 집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까닭이다. 이때는 A씨 소유 중개법인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500만원 안팎의 수고비와 함께 중개수수료까지 A씨가 챙기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그가 판매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리모델링을 알선받기도 했다. 목돈을 잃고 손절매에 나서는 과정에서도 A씨가 개입했다. 매도를 요청하는 투자자가 생기면 자신이 모집한 다른 투자자에게 물건을 떠넘기는 수법이다.

A씨는 컨설팅 외에도 아파트 400채 이상을 소유한 큰손 투자자다.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씨 소유 주택은 452가구로, 등록임대사업자 가운데 여섯 번째로 많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도 유독 많이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HUG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 대신 A씨에게 청구한 금액만 총 18억5500만원이다. A씨 아내 명의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세보증금 미반환사고까지 합치면 총 32억6600만원이다. 이는 HUG가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임대인들의 보증금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2017년 여름 첫 임의경매 개시 직전 B씨 소유의 경기 화성 부동산 현황. 구글지도 캡처

2017년 여름 첫 임의경매 개시 직전 B씨 소유의 경기 화성 부동산 현황. 구글지도 캡처

◆고의경매로 세입자 울려

경기 화성에선 고의경매 수법으로 세입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긴 B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다. B씨는 자신이 갭투자를 했던 아파트에서 손실이 나자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가족들과 허위 채무를 만들고 집을 고의로 경매에 부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그에게 강제집행면탈과 사기 등의 혐의가 성립하는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2008년부터 갭투자에 나선 B씨는 화성과 충남 천안 일대에서 세를 안고 2000만~3000만원의 소액으로 아파트와 빌라를 대거 사들였다. 자신과 아내 등의 명의로 이렇게 사들인 부동산이 2015년을 전후해 150~270채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다 주변 새 아파트 입주로 집값이 떨어지자 일괄 경매 처분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처형 등 친익척 이름으로 후순위 근저당을 설정한 뒤 경매에 부쳤다. 전형적인 고의경매 수법이다.

경매 전문가들은 B씨가 부모에게 돈을 빌린 차용증에서부터 고의경매가 고도로 설계됐다고 보고 있다. 그는 어머니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3억3400여 만원을 빌렸다. 이때 이자를 연 8%로 설정하면서 상환 방법을 계좌이체가 아닌 채권자(어머니)의 주소지에 지참변제하기로 증서에 기록했다. 실제 상환이 이뤄졌는지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이자 지급을 한 번만 연체하더라도 B씨의 기한이익이 상실되도록 단서를 뒀다. 채권자인 어머니가 언제든 경매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이 때문에 B씨 소유 동탄 아파트들은 대부분 근저당 설정 한두 달 만에 경매에 부쳐졌다.

이렇게 경매로 넘어간 집에 응찰할 경매 투자자는 없다. 세입자들이 대항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감정가보다 싸게 낙찰받더라도 임차인 보증금만큼의 차액을 책임져야 한다. 결국 임차인들은 스스로 경매에 참여해 집을 떠안았다. B씨의 아파트에 세들어 살다 집을 떠안게 된 이모 씨는 “분양받았던 아파트에 최근 입주했는데 전세로 살던 집마저 떠안게 돼 졸지에 2주택자가 됐다”고 말했다.

B씨 소유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그가 이 같은 수법으로 자신의 세입자들에게 떠넘긴 아파트는 확인된 것만 20채다. 집이 경매에 넘어간다며 겁을 준 뒤 세입자들에게 매각한 집도 7채다. 이마저도 자신의 매입가격에 1000만원 안팎의 웃돈을 붙여 시세보다 높게 팔았다. 경매가 기각 또는 취하됐다가 세입자들이 지급명령을 신청해 다시 강제경매가 진행되는 사건은 부지기수다. 이들 또한 대부분 세입자가 낙찰을 받게 될 것으로 경매 업계는 보고 있다. B씨가 가진 부동산은 그동안 재경매를 포함해 126건이 경매로 나왔지만 제3자가 낙찰받은 건 20여 건에 불과하다.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인 김학무 법무법인 부원 대표 변호사는 “피고인 소유 부동산에서 동일한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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