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절반 연락 안돼…부담금 어떻게 걷나"

부담금 17억2000만원 부과
서울 한남동 한남파라곤(옛 한남연립 729). 이 단지 조합이 낸 헌법소원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한경DB

서울 한남동 한남파라곤(옛 한남연립 729). 이 단지 조합이 낸 헌법소원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한경DB

헌법재판소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합헌 결정으로 재건축조합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부담금을 배분할 옛 조합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납부를 거부하고 버틴 까닭에 가산세를 포함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준공된 지 여러 해가 지나다 보니 조합원들의 행방조차 알기 어렵다고 조합들은 하소연했다.

절반이 ‘소재 불명 조합원’

5년 만에 합헌 결정…'재건축 부담금' 맞은 한남연립의 고민

22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 한남동 한남파라곤(옛 한남연립 729 재건축)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단지 조합원의 절반가량이 집을 매각하고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도 두 명이 이사하면서 전체 31명의 조합원 가운데 18명만 남았다. 재건축사업을 이끈 조합장들도 각각 2년 전과 3년 전에 떠났다.

2012년 준공된 이 아파트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라 17억원가량의 부담금이 부과됐다. 환수제란 각 조합원의 종전 주택과 현재 주택의 가치를 따져 이익의 일정 비율을 부담금으로 징수하는 제도다. 부담금을 통보받은 조합은 조합원별로 분담 비율을 정해 거둬야 한다. 그런데 돈을 내야 할 조합원의 소재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늦어져서다. 한남연립조합이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심판을 낸 건 2014년이다. 헌재는 5년 만인 지난해 말에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새 조합원들은 하나둘 떠났다. 남아 있는 18명 가운데 실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 조합원은 한 명뿐이다.

조합이 부담금을 내려면 각 조합원의 소재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전출한 조합원 중 7~8명은 행방조차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조합에 발생한 부담금은 총회를 거쳐 조합원에게 배분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총회가 정상 소집될 가능성은 낮다”며 “집행부가 세금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을 리 없기 때문에 조합법인이 이미 소멸한 경우라면 조합원들이 2차 납세 의무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준공 시점 조합원이 내야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준공 이후 발생하는 추가분담금은 통상 승계조합원이 부담한다. 입주 후 사업이 완료되는 과정에서 행정비용이 늘어날 경우 원조합원이 아니라 현재 기준 조합원이 돈을 문다는 의미다. 조합에 수익이 남을 경우엔 환급금도 승계조합원 몫이다.

그러나 재건축 부담금은 준공 당시 조합원에게 부과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은 사업 종료 시점에 해당 주택을 공급받은 조합원이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종료 시점이란 준공인가일이다. 이미 집을 팔고 떠났더라도 부담해야 한다. ‘떠난 조합원’들의 행방을 찾지 못할 경우 남아 있는 조합원들이 부담금을 짊어져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끼리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남연립조합에 부과된 부담금 17억2000만원을 조합원 31명으로 나누면 1인당 5500만원꼴이다. 사라진 조합원들을 찾지 못할 경우 남은 조합원들이 각자 1억원 안팎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동안 미납으로 가산된 세금을 포함하면 총액은 2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부담금 수준을 두고도 소송으로 다투고 있어 최종 금액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와야 결정된다”며 “곧 선고기일이 잡힐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환수제는 한남연립 외에도 2010년대 초반 준공한 네 곳의 재건축 단지에 적용됐다. 이 가운데 청담동 두산연립(현 청담e편한세상 3차) 조합도 아직 부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 3~4년 뒤엔 강남 전역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비업계의 관측이다. 2018년 1월 1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환수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시행됐지만 주택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2012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5년 동안 적용이 유예됐다. 유예기간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단지는 모두 부담금을 내야 한다. 서울 20개 재건축사업장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환수제 적용 시뮬레이션에선 조합원 1인당 적게는 1억6000만원에서 최대 8억4000만원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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