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규제에 분양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당장 분양가가 15억원을 밑돌더라도 입주 시점 시세가 이 가격을 넘어서면 잔금대출이 제한돼서다. 서울 강남권 예비청약자들은 ‘10억원 로또’를 눈앞에서 놓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하는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가 오는 13일 당첨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15억원 안팎이다. 인근에 최근 입주한 단지들의 같은 면적대 시세와 비교하면 10억원가량 낮다.

당첨만 되면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의 차익을 거둘 수 있지만 대출을 걱정하는 예비청약자가 많다.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이 전면 차단돼서다. 분양 아파트는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 9억원을 넘어서다.

그렇다면 입주 때 잔금대출도 받을 수 없을까. 이 단지 전용 49~59㎡ 분양가는 9억9000만~12억5000만원대로 책정돼 당장은 15억원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입주 시점인 2023년 시세가 15억원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바로 옆에 지난해 초 입주한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의 KB 시세는 이달 기준 16억원이다. 일각에선 분양가를 기준으로 대출 기준을 가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팀 관계자는 “아파트 첫 시세가 나오는 건 통상 준공 후 2~3개월의 시차가 있다”며 “대출 실행 시점에 시세가 없다면 분양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KB 시세와 한국감정원 시세 가운데 높은 것을 적용하고 시세 조회가 되지 않는다면 감정가격을 적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분양가는 대출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시세 공표도 빨라지고 있다. ‘헬리오시티’를 비롯해 ‘래미안명일역솔베뉴’ ‘고덕그라시움’ 등 대어급 단지들은 대부분 입주 한 달 전부터 시세 정보가 나왔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