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만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전형진 기자
서울 만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전형진 기자
새해부턴 부동산 관련 세제가 여럿 바뀐다.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이 급격히 오르는가 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는 한시적으로 유예된다. 1주택자도 바뀐 세제를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비과세를 판단하는 일시적 2주택 기간과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이 크게 변한다. 2021년부터 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되는 등 변화 폭이 더 커질 예정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20년 바뀌는 부동산 세금

올해 다주택자들의 보유 부담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12·16 대책’을 통해 종부세율을 다시 올리기로 해서다. 일반 세율은 종전 0.5~2.7%에서 0.6~3.0%로 인상된다. 집이 많을수록 세율은 가파르게 오른다.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0.6~3.2%에서 0.8~4.0%로 인상된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세부담 상한전은 종전 200%에서 300%로 껑충 뛴다. 3주택자와 같은 상한율이다. 보유세가 전년 납부액 대비 세 배까지 증가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풀어둔 셈이다. 2018년 ‘9·13 대책’ 당시에도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상한선을 300%로 제시했지만 ‘종합부동산세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200%로 낮아진 바 있다.

그간 다주택자들의 매각에 장해물이 되던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세는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된다.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한해서다. 2주택인 경우 10%포인트, 3주택은 20%포인트 가산되던 세율이 일반세율로 적용된다. 양도차익에 따라 6~42%의 세율로 집을 처분할 수 있는 셈이다. 보유세 과세기준일이 6월 1일이란 점을 감안하면 다주택자들의 매각 ‘데드라인’은 5월 말이다. 이날까지 소유권이전등기가 접수되거나 잔금을 받아야 한다.

비싼 집일수록 취득세는 늘어난다. 종전 주택 취득세율은 6억원 이하일 때 1%, 6억 초과~9억 이하 2%, 9억 초과일 때 3%로 계단식 적용됐다. 그러나 새해 취득하는 주택부터는 6억~9억원 구간의 세금이 누진구조로 바뀐다. 6억 초과~7억5000만원 이하는 1~2%, 7억5000만원 초과~9억원 이하는 2~3%로 높아지는 식이다. 다만 4주택 이상인 경우 일괄 4%의 세율이 적용된다. 주택 숫자를 늘리지 말라는 의미다.

1주택자는 ‘갈아타기’를 할 때 주의해야 할 게 많아졌다. 그동안 조정대상지역 이상의 규제를 받는 곳에서 1주택자가 새 집을 살 때 기존 주택을 2년 안에 팔면 9억원까지 비과세로 정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론 1년 안에 기존 주택을 매각하고 같은 기간 안에 새 집에 전입해야 한다. 집값이 오를까봐 미리 세를 안고 사두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상대적으로 절세 정보에 어두운 1주택자들은 자칫하면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주택자의 장특공제 요건엔 거주기간이 신설됐다. 장특공제란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9억(비과세)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지난해까지는 거주기간과 관계없이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80%를 공제해줬다. 그러나 올해 양도분부터는 2년 이상 거주요건을 채워야 같은 혜택을 준다. 거주기간이 2년 미만이라면 장특공제율은 15년 최대 30%로 줄어든다.

◆2021년엔 또 바뀐다

장특공제는 내년 더 큰 폭으로 바뀐다. 거주기간과 보유기간에 대한 공제를 연 4%씩 따로 계산한다. 예컨대 4년을 거주(12%)하고 10년을 보유(36%)했다면 합산 공제율은 48%가 되는 식이다. 만약 거주기간을 2년만 채우고 10년 보유한 집이라면 올해 매각할 경우 80%의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내년엔 36%의 보유기간 공제만 가능하다. 반대로 거주기간 없이 10년을 보유한 집이라면 올해 공제율은 18%지만 내년 처분할 땐 36%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루 차이로 세금이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꼼꼼하게 금액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간 세법에선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분양권도 내년부턴 주택 숫자에 포함된다. 조정대상지역 1주택자가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기존 주택을 매각할 때 2주택으로 판정돼 양도세가 중과될 수 있는 셈이다. 분양권 취득시점과 관계없이 내년 양도분부터 바로 적용된다. 분양권은 전매제한이나 공기(工期)에 따라 매각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택 매각 순서를 판단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보유 기간이 짧은 주택의 양도세율도 오른다. 현재는 일반세율 40%가 일괄 적용되지만 내년부턴 보유 기간 1년 미만 주택에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임대사업자의 경우 거주주택 과세특례가 바뀐다. 장기임대사업자의 거주주택은 2년 거주 요건을 갖춘 뒤 매각할 경우 횟수에 상관없이 9억원까지 양도세 비과세을 받을 수 있다. 2년마다 다른 집으로 옮기면서 비과세 한도에 맞춘 갈아타기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내년부턴 이 같은 거주주택 비과세가 평생 한 번으로 제한된다. 세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2월 12일 이후 취득분을 양도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주택과 상가가 섞인 겸용주택의 경우 내년이 매각을 고려해야 할 시기다. 과세 기준이 2022년부터 크게 변하는 까닭이다. 현행 세제는 주택의 연면적이 상가 연면적보다 넓을 경우 전체를 주택으로 간주하도록 보고 있다. 만약 1가구 1주택자라면 양도가액 9억원까지 비과세를 받으면서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최대 80%의 장특공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상가의 면적을 줄이면 이처럼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게 상가주택의 장점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개정된 세법은 2022년부터 주택과 상가를 따로 구분해 양도세를 계산하도록 바뀌었다. 상가분의 경우 그동안 9억원까지 받던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는 셈이다. 장특공제율 또한 일바나 부동산 세율인 최대 30%(15년)으로 대폭 줄어든다. 만약 주택 비중이 51%인 겸용주택을 1987년 4억원에 산 뒤 올해 17억6000만원에 판다면 양도세는 3354만원이다. 차익이 13억원을 웃돌지만 전체가 주택으로 인정돼 9억원까지 비과세되고 장특공제도 적용된다. 그러나 개정 세법이 시행되는 2022년 똑같은 조건으로 매각할 경우 세금은 다섯 배 정도 불어난다. 주택분 8억9760만원은 비과세 처리되지만 상가분 8억6240만원에 대한 양도세는 1억7510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김종필 세무사는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상가 면적을 줄였던 고가 겸용주택들의 양도세 부담이 앞으론 상당히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