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업무 이관에 필요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내년 2월부터 청약시장이 전면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31일까지 입주자모집 공고를 낸 단지를 끝으로 주택청약업무를 한국감정원에 이관한다고 29일 밝혔다.

금융결제원은 청약업무를 예정대로 내년 1월까지만 수행하고, 이후 손을 뗄 방침이다. 부동산 청약시스템 ‘아파트투유’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국토교통부와 감정원은 내년 1월 한 달간 사전 테스트를 거쳐 2월부터 새로운 청약시스템을 가동할 방침이다. 테스트 기간에는 신규 청약업무가 전면 중단된다.

하지만 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새 청약시스템 가동 일정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개정안에는 주택청약업무를 감정원이 수행하도록 하면서 금융실명제법으로 보호되는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금융정보를 비금융회사인 감정원이 은행들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 취급 자격이 부여돼 있다. 이 법이 통과돼야 감정원이 제대로 청약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개정안은 지난 5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6일 전체회의를 각각 통과했다. 이후 국회가 선거법 등을 놓고 공전을 거듭하면서 법사위에 상정도 못했다. 국토부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2월 1일로 예정된 새로운 청약시스템 오픈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사위 일정도 잡히지 않아 개정안 통과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대책’에서 청약업무의 공적 관리 강화를 위해 주택청약시스템 운영 기관을 금융결제원에서 감정원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후 금융결제원은 국토부, 감정원과 ‘주택청약업무 이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2월부터 분양을 계획 중인 건설사도 비상이 걸렸다. 정비업계에선 청약업무 이관이 미뤄지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분양을 준비 중이던 재건축 사업도 타격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2~3월 두 달간 청약에 들어갈 아파트 단지는 전국적으로 119개 단지, 8만4400여 가구에 달한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청약 일정 지연으로 인해 예비 청약자는 물론 주택시장에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