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2억 낮춰서라도 팔아달라"…강남 재건축 호가 '뚝'
시세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비교적 많이 모여 있는 서울 강남권에서 한 주 만에 가격을 1억~2억원씩 내려 아파트 매물을 다시 내놓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초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세를 대폭 강화한 영향이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사진) 전용면적 76㎡ 저층 매물이 지난 주말 20억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같은 규모의 아파트가 지난 11일 5층 물건이 21억15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저층 매물의 매도인 호가가 22억원대까지 뛰어올랐으나 지난주 들어 호가가 떨어졌다.

이 단지 전용 82㎡도 지난 주말 23억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이 주택형은 지난 4일 22억6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이후 호가가 25억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주 들어 일부 매도인이 가격을 23억원으로 낮춰 물건을 내놨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16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계기로 매수 문의가 5분의 1로 줄어들었고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종전 최고가보다 낮은 가격의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 단지 전용 76㎡는 지난달 말 20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 23억원까지 호가가 치솟았으나 지난주 들어 19억원대 급매물이 다시 등장했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들은 관망세를 취하고 매도인들도 기존 가격을 고수하면서 거래 자체가 뚝 끊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도 매매 거래가 소강상태다. 신정동 D공인 관계자는 “하반기 동안 매매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는데 갑자기 대출이 다 막혀서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대책 발표 직후부터 가격이 빠진 매물이 있으면 현찰로 사겠다는 연락이 주로 온다”고 밝혔다.

정부는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1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의 매수자는 자금조달계획서뿐만 아니라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거래 여건이 까다로워졌다. 시세 30억원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까지 올리는 등 고가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도 대폭 늘렸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재건축 시장은 정부 정책이나 시장 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지난 정책 발표 이후 마지노선에 걸린 일부 소유주가 시세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내놓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거래 소강, 호가 하락 등의 추이가 지속되면서 주택시장 안정화로 이어질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