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 신반포12차의 재건축사업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상가 소유주들과 소송전을 벌이다 조합 설립이 취소되면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신반포12차 조합 설립 결국 취소…재건축 원점으로
대법원은 최근 잠원동 신반포12차 단지 내 상가 신사쇼핑센터 소유주 31명이 낸 조합설립인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상가 소유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1·2심에서 패소한 서초구청이 항소했지만 지난달 15일 이를 기각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이 단지의 조합이 설립된 지 2년 만이다. 공유지분 형태의 상가 조합원들을 대표자 1명이 아닌 각자 조합원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비슷한 진통을 겪고 있는 사업장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조합은 48명의 상가 소유주 가운데 1명에게만 대표로 조합원 자격을 줬다. 상가의 등기가 소유주별로 구분돼 있지 않고 1개 동을 조금씩 나눠 가진 공유지분 형태인 까닭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은 이 같은 공유등기의 경우 대표자 1명만을 토지 등 소유자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가 소유주 48명이 새 아파트 1채를 받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대표자가 아닌 소유주들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현금청산해야 한다.

이에 반발한 상가 소유주들은 조합이 상가동(棟)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고 설립됐다며 조합설립인가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재건축조합을 설립할 때는 토지 등 소유자 75%의 동의 외에도 동별로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상가를 대표자 1명이 아닌 48명의 구분소유로 볼 경우 최소 25명의 동의를 얻었어야 한다는 취지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상가 소유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또한 서초구청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최종적으로 신반포12차의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됐다. 대법은 “상가 건물이 구분 건물로 등기되지 않았지만 분양 당시부터 수분양자들에게 호수와 위치, 면적 등을 나눠 계약을 맺었다”며 “구분소유권을 객체로 하려는 행위도 존재했기 때문에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유지분 상가 소유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재건축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