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사업장이 내홍에 휩싸였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앞둔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개포주공4단지 조합 등에선 조합장이 상한제 적용을 피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마 등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에선 사업 진척이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추진위원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 규제로 재건축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내홍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앞두고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들의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상가 재건축 조합과 합의가 늦어지고 있는 개포1단지.  /한경DB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앞두고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들의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상가 재건축 조합과 합의가 늦어지고 있는 개포1단지. /한경DB
“상한제 적용 책임져라”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동 주공1단지 조합원들은 ‘조합장 및 조합임원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 동의서’ 징구에 나섰다. 일부 조합원은 지난 16일 동의서를 발송하고 “조합장의 직무유기 및 태만으로 개포주공1단지가 상한제 적용을 받게 돼 재산상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총 6642가구가 들어서는 개포1단지는 상한제 유예기간인 내년 4월 28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지 못하면 규제의 직격탄을 맞는다. 전문가들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조합원 분담금이 가구당 1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단지 재건축사업은 상가 재건축 조합과 합의가 늦어지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5일까지 조합이 상가와 협의 등 미비사항을 보완해 구청에 사업시행계획변경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사업 속도가 더 느려질 전망이다. 조합과 상가조합은 지난 16일부터 협의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양측의 갈등으로 개포1단지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조합장과 상가 조합 위원장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포4단지 상황도 심상치 않다. 공사비 증액으로 가구당 약 4000만원(전용 84㎡)의 추가 부담금이 발생한 것과, 유치원 소유주와 법정 공방으로 사업이 지연된 게 원인이다. 일부 조합원은 조합장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직무대행체제로 전환해 유치원과 조속히 협의해야 한다고 일부 조합원이 주장하고 있다. 이 조합은 유치원과 신설 유치원 부지 위치를 놓고 10개월째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둔촌주공아파트 일부 조합원도 1년 사이 공사비가 5200억원 증액된 문제를 두고 23일부터 조합에 책임을 묻기 위한 동의서를 접수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공사비가 증액됐는데 마감재 수준이 변화가 없다”고 반발했다.

"재건축 지연, 조합장이 책임져라" 조합원 반발
사업 지연 책임 묻는 목소리도 높아

사업 초기 단계에서 분쟁에 시달리는 단지도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선 추진위원장 해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마아파트소유주협회’(은소협)는 내년 2월 추진위 집행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추진위 집행부 해임 서명과 추진위 해체 서명을 받고 있다.

은소협은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소유 땅에 대한 압류 해제를 제때 진행하지 않아 3~5년의 추가 시간이 필요하고, 49층 고층 아파트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지연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재성 은소협 대표는 “추진위 집행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배동 방배삼익아파트에서도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을 고발하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조합장과 특정 시공사의 유착관계가 드러났다”며 조합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또 조합장과 임원에 대한 해임 총회를 발의했다. 한 조합원은 “조합장이 단체 카톡방에 가명으로 한 건설사에 불리한 기사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도시정비법 제43조 4항에 따르면 소유주의 10분의 1 동의를 받은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으면 조합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으로 이미 관리처분을 받은 사업장 이외에는 재건축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이참에 분쟁 소지를 깔끔히 없애고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