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종로·서대문구 등 서울 강북 주요 지역 단지에서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용 102㎡가 지난달 초 19억4000만원에 거래된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한경DB
마포·종로·서대문구 등 서울 강북 주요 지역 단지에서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용 102㎡가 지난달 초 19억4000만원에 거래된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 한경DB
서울 강북 새 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있다. 마포·종로·서대문구 등 서울 강북 주요지역 단지에서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단지 아파트 중대형(전용면적 85㎡ 초과~102㎡ 이하) 시세는 20억원에 근접했다.

강북 중대형 ‘20억원 시대’ 곧 열리나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북 도심권의 대장주 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2단지 전용 102㎡가 지난달 초에 19억4000만원에 팔리며 기존 최고가(18억8000만원)를 한 달 만에 경신했다. 호가는 20억원을 넘는다.
강북 대표단지 "나야 나" 자존심 경쟁
마포·신촌 일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아파트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최근 16억5000만원에 팔렸다. 2017년 10월(8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8억원이나 올랐다. 2년 새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현재 17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대흥동에서는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신촌그랑자이 전용 85㎡ 분양권이 16억원에 팔려 새로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는 지난 7월만 해도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집주인들은 몇 달 새 3억원 넘게 자산을 불렸다. 대흥동의 C공인 관계자는 “최근 신촌그랑자이 전용 85㎡ 아파트 로열동 중층 매도인이 18억원에 집을 내놨다가 매매계약 직전에 거둬들였다”고 전했다.

앞서 신촌그랑자이 59㎡ 분양권은 13억원에 실거래되며 3.3㎡당 5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현재 매매 호가는 14억원으로 3.3㎡당 5833만원에 달한다. 근처에 짓고 있는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5㎡ 분양권 호가는 15억~16억원에 이른다. 입주가 1년 넘게 남은 단지다.

시장의 관심사는 앞으로 강북 아파트 대장주를 어느 단지가 차지할지에 쏠려 있다. 새 아파트 입주가 속속 이뤄지면 강북 중대형아파트 시세가 20억원대에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분양가 상한제 ‘풍선 효과’

강북 지역 주택 수요는 나날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팔겠다는 집주인보다 사겠다는 주택 매수 희망자가 더 많아졌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강북 매수우위지수는 이달 128.4(지난 11일 기준)를 기록하며 전주에 이어 120을 웃돌았다. 강북 지역 매수우위지수는 지난해 10월 103.3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줄곧 100을 밑돌았지만 최근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는 0~200 사이로 표시하며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강북은 최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을 피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서울 부동산 옥죄기 정책으로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불안 심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상한제 규제를 피해 비규제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고가 경신도 다양한 지역과 면적, 가격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10단지’ 전용 85㎡는 이달 7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달 초 7억3000만원에 팔렸지만 며칠 만에 5000만원 이상 뛰었다. 서대문구에서 홍제동 ‘홍제삼성래미안’(전용 60㎡)도 5억88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썼다. 변방으로 취급받던 강북구·동대문구 등에서도 사상 최고가 단지가 여럿 나왔다.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1차’ 전용 85㎡는 지난 9월 7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썼다. 6월 6억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래미안엘파인’(전용 60㎡)도 6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단지에 이름을 올렸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강남발(發) 아파트값 상승 열기가 ‘마·용·성’으로 옮겨붙은 뒤 서울 강북 외곽으로 퍼지는 모양새”라며 “단기간에 1억원 이상 오른 아파트 가격이 서울에서 영영 집 장만을 못 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