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광역교통망을 신속하게 건설하기 위해 구성한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출범 8개월째에도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망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는 데다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법적 권한도 미비해서다.
'결정권' 없는 대도시광역교통委 제 역할 못해
대광위는 올해 3월 19일 출범한 국토부 산하 위원회다. 수도권을 포함한 5개 대도시권 광역교통 업무를 총괄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출범했다. 광역교통정책 심의·의결을 위한 위원회와 업무지원·정책집행을 위한 사무기구인 광역교통본부로 나뉜다.

대광위 출범 전부터 실효성에 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 당초 계획과 달리 외청이 아니라 위원회로 발족하면서다. 문재인 정부는 광역교통청 설립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으나 부처 간 논의 과정에서 행정안전부가 “광역교통청은 지방분권에 역행한다”고 제동을 걸어 위원회로 바뀌었다. 광역교통청은 청장이 자체 결정권을 가지고 권한을 행사하는 반면 위원회는 지자체와 합의를 통해 현안을 결정하는 역할에 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 교통 문제의 핵심인 지자체 간 갈등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수도권 교통 문제는 대부분 지자체 간 갈등에서 비롯된다. 두 지자체 이상을 지나는 광역철도는 지자체별로 예산을 나눠 부담하기 때문이다. 대광위는 이 같은 갈등을 강제로 ‘조정’할 권한이 없다.

지난달 대광위가 대도시권 교통 청사진을 담은 ‘광역교통 2030’을 발표할 때도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교통 대책 대부분이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등 법정 계획에 담기지 않아서다. 법정 계획에 담기지 않으면 사업 추진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기획재정부와 예산 협의를 마치지 않아 사업별 구체적인 예산도 공개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대광위가 자칫 유령기구로 남은 ‘수도권교통본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교통본부는 2005년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예산 및 인력을 지원해 설치한 기구다. 대광위처럼 실질적인 권한과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한 기구로 남았다. 한 교통 전문가는 “대광위가 본 취지에 맞게 광역교통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면 갈등 중재가 아니라 지자체 권한을 넘는 강제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