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개발과 광역교통망 구축으로 수도권에 수십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전망이다. 이러한 돈들이 부동산으로 다시 흘러들어가게 되면 유동성이 넘치고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이를 막겠다고 마련한 정책이 '대토보상'이다. 하지만 대토보상은 규제가 거의 없다보니 토지주들의 고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았고, 편법의 장(場)이 됐다. 정부가 뒤늦게 법을 정비하겠다고 나섰지만, 현장은 일부 업체들의 부추김 속에 투기판처럼 변질됐다. '한경닷컴'은 합법과 불법 사이의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대토보상의 현실을 3회에 거쳐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고양 창릉동 일대. (자료 한경DB)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고양 창릉동 일대. (자료 한경DB)
"현금청산 내용 마음에 안 차시죠? 저희는 토지주 여러분들에게 100%의 수익을 돌려드리겠습니다."(A사) "저희는 이 사업에서 마진을 최소로 남기고 400%의 수익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B사)

정부가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토지보상금을 지급할 때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을 해주는 '대토보상'이 변질되고 있다. 대토보상은 원주민의 재정착에 기여하고, 손실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됐다. 그러나 일부 공공택지지구에서 이러한 대토보상이 편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 대토보상리츠 홍보했는데…개발업체들 이를 악용

정부가 뒤늦게 처벌규정과 대출제한 등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은 개발업자들이 '수익을 확정하겠다'고 나서면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확정수익'이라는 말에 솔깃한 토지주들은 수익을 많이 주는 업체에게 토지의 권리와 업무처리를 넘기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LH공사는 대토보상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면서 토지주들에게 "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자산관리회사(AMC)를 LH공사로 하는 대토보상리츠를 설립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시에 민간업체들의 참여는 최소로 하면서 수수료만 주는 업무대행 정도로 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대토보상권에 대한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대토 신청 한도가 없는 업무용지의 공급을 제한했다. 또 금전채권신탁을 대토보상권리 전매행위로 보고 금융기관의 금전채권신탁에 의한 대출을 금지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토보상리츠를 제안했다.

현실은 개발업체들과 토지주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업체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주겠다면서 토지주들을 회유하고 있다. 토지주들 또한 꺼림직하면서도 '다른 지역 토지주들도 했으니까', '동네에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데' 등을 이유로 업체들을 찾고 있다. 몇년 전부터 2~3개 업체들이 탈법과 합법 사이를 오가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전경
과천지식정보타운 전경
토지로 보상받기로 결정된 권리(대토보상권)는 전매제한 위반 시에도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다. 또 대토보상계약을 체결한 토지소유자가 대토계약 체결 후 1년이 경과하면 현금으로 전환해 보상해 줄 것을 요청할 경우에는 현금전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업체들은 이를 이용해 신탁방식으로 대토보상권을 거래했다.

정부가 신탁방식을 규제하겠다면 대토보상리츠를 권하는 상황에서도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최근 성남복정지구, 과천주암지구, 진접2 공공주택지구 등에서 개발업자들이 대토보상리츠를 통해 대토보상권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제63조제3항에 따르면 대토보상권은 보상계약 체결일부터 부지조성완료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전매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토보상리츠를 설립해 대토보상사업을 진행할 경우, 대토보상리츠의 주식거래로 전매가 가능하다는 것. 업체들은 또한번 법망을 절묘하게 비껴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택지 개발사업에서 전매가 금지되어 있는 점과 확정수익이라는 점에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방치한다면서 대규모 토지보상이 예정된 3기 신도시 개발에 있어서도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업체들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남복정지구, 과천주암지구, 진접2 공공주택지구 등에서 개발업체들이 확정수익 지급방식으로 대토보상권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 현금보다는 대토보상으로 받고, 이에 대한 업무처리를 개발업체들에게 맡기라는 얘기다. 업체들은 토지주들이 안고 있는 대출을 대신 떠안고, 순투자금에 대한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토지주가 10억원의 토지를 현금(3억원)과 대출(7억원)로 가지고 있을 경우를 가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개발업체의 얘기에 따르면 개발업체는 대출인 7억원을 토지주에게 대토보상권 담보대출로 금융사를 통해 지급하게 된다. 대신 대출(7억원)에 대한 부분은 개발업체에게 권리는 넘겨지고 나머지 3억원의 권리만 토지주가 갖게 된다. 토지주에게는 실제 투자금인 3억원의 100%인 3억원 내지 최대 400%인 12억원까지 수익을 올려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출에 대한 권리부분을 넘겨받고 있다.

◆업체들, '확정 수익' 버젓이 사용

대토보상은 토지주들이 많이 모일수록 택지지지구나 신도시 개발에 있어서 유리한 토지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선거용 공약'을 하듯이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확정수익률이 더 크다'나 '사업이 더욱 유리하다' 등을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홍보는 대부분 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강남의 호텔이나 컨벤션센터에서 화려하게 열리고 있다.

특히나 이들 업체들은 주민대책위와 이미 둥지를 같이 틀고 있거나, 건설사들은 설명회에 끼워넣는 등 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하려는 모습이다. 토지주들을 자신들의 진영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다.

A업체는 지난달 성남의 한 호텔에서 성남복정 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회와 토지주들을 상대로 한 대토보상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주민대책위원회가 모집해 대토보상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듣는 것 같이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A업체에 대한 사업설명회였다.

A업체 대표는 토지주들에게 "대토로 받은 공동주택용지(아파트)에 민간임대주택을 건설해 토지보상금과 확정수익을 주택임대사업자간 사업권양도양수방식으로 대물(아파트)로 주겠다"며 "대토보상리츠의 주식을 양도양수하는 방식으로 토지보상금에 확정수익을 더해 지급하겠다"고 주장했다. 앞서의 예에서 보듯이 3억원에 3억원을 더한 6억원의 수익을 보장한 셈이다.
개발업체가 대토보상을 통해 고수익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개발업체가 대토보상을 통해 고수익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B업체 또한 다르지 않다. 최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과천 주암지구 대토보상 개발사업 설명회에 국내 대형 건설사를 대동하고 나섰다.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대형 건설사와 함께 한다는 뒷 배경을 과시한 것이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근무부서와 실명을 밝히면서 'B업체는 훌륭한 사업파트너'라고 추켜세웠다.

B업체 대표는 "A업체는 100% 수익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400%의 수익을 확신할 수 있다"며 "서울 마곡지구, 하남 미사지구, 고양 장항지구 등에서 이미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 역시도 민간임대주택을 건설해 토지보상금과 확정수익을 대물(아파트)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공약 걸듯이 토지주 유리한 조건 내걸어

LH는 과천 주암지구에서 대토보상을 아파트 부지로 줄지를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B업체는 아파트 부지가 확실시 된다면서 "10억원 토지에서 원금은 3억원이지만, 아파트 준공이 되면 현금으로 4억원 가량을 돌려드릴 수 있고 임대의무기간인 8년 후 시세차익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같이 참여한 건설사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 같은 설명에 설명회에 참여한 일부 토지주들은 박수를 치거나 '여기가 낫네' 등의 말로 거들기도 했다.

또다른 문제는 성남 복정과 과천 주암이 대토사업을 민간임대주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토사업은 상가, 오피스텔 등을 분양해 수익을 배분하고 사업을 종료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공공성이 부각된 임대아파트 사업임에도 실제로는 전매가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주택임대사업자간 사업권을 포괄 승계하는 조건으로 의무임대기간중에도 양도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임대기간 완료 후에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준용하도록 하거나 건설민간주택임대의 경우에는 부동산 전체를 일괄 및 포괄승계하는 조건으로 사업권양도양수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최초 포괄승계하는 조건으로 사업권양도양수시 양도자의 주택임대사업자는 즉시 폐업되거나 말소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계속)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