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도로 유지보수에 쓰는 예산 가운데 최대 610억원을 매년 사용하지 않고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이 사업과 관련 없는 곳에 썼다. 이 같은 상황에도 도로 유지보수 예산은 갈수록 늘고 있어 ‘혈세 낭비’란 지적이 나온다.
도로 유지보수 예산, 매년 수백억 '낭비'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말 내놓은 ‘2020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도로 유지보수사업 예산 6084억원 가운데 9.8%인 595억원은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548억원은 올해로 넘어왔고, 47억원은 불용액으로 남았다. 2017년에는 전체 예산 5174억원 중 11.4%인 611억원이 미집행됐다.

올해도 9월 말 기준 예산 집행률이 69.5%에 그쳤다. 이 사업은 도로 포장 보수, 낙석 정비 등 일반국도를 정비·보수하는 사업이다.

예산 사용이 더딘 상황에도 관련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4942억원이던 도로 유지보수 예산은 올해 6926억원으로 40.1% 늘었다. 여기에 도로 유지보수 재정 가운데 매년 15억~80억원은 예산이 부족한 다른 사업에 쓰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국가소송으로 배상금이 부족한 국도유지운영사업의 보전금으로 쓰이거나 시설장비유지비 유류비 등에 투입된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도로 유지보수사업에 쓰이는 예산도 집행률이 낮아 상당액이 내년으로 이월될 것”이라며 “과거 집행 실적을 살피는 등 사업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다른 국토부 추진 사업도 예산 집행 실적이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주차난이 심한 도심·주택가에 공영주차장을 설치하는 주차장 환경 개선사업은 지난해 예산 집행률이 23.7%에 그쳤다. 841억원 중 199억원만 투입됐다. 부지 매입이 이뤄지지 않거나 주민 반발로 사업이 중단된 탓이다. 그런데도 관련 예산은 올해 608억원에서 내년 2643억원으로 네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소형 공항 건설사업은 지난해 예산 380억원 중 1억1300만원만 쓰였다. 지난해 예산 집행률이 0.3%다. 2017년에도 편성 예산의 1.3%밖에 쓰이지 않았다. 이는 흑산도에 길이 1160m, 폭 30m 활주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통과가 네 차례나 지연되면서 2017년부터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도 국토부는 예산을 매년 편성했다. 보상비와 공사비 등에 쓰일 191억원은 전액 불용됐다. 철도기본계획 수립에 쓰이는 예산도 111억원 중 7.6%인 8억5300만원만 사용됐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