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구·울산 '신고가' 행진
대전 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둔산동의 대장주 크로바아파트 전용 84㎡는 두 세달 전만해도 7억원 초반선에 팔렸지만 지금은 9억원을 훌쩍 넘는다. 한경DB

대전 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둔산동의 대장주 크로바아파트 전용 84㎡는 두 세달 전만해도 7억원 초반선에 팔렸지만 지금은 9억원을 훌쩍 넘는다. 한경DB

25일 대전 둔산동 크로바아파트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이란 단어를 꺼내자마자 말을 자르더니 “거의 없어요. 다 나갔어요”라고 말했다. 그나마 가장 시장에 나온 물건이 많다는 전용면적 101㎡ 호가를 묻자 “집주인들에게 물어보고 연락을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매수 의사를 전하면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려 애초에 내놓았던 가격을 알려주는 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개업소도 마찬가지다. 다섯 번째로 전화를 건 중개업소 대표 백모씨(42)는“두 세달 전만해도 7억원 초반선에 팔렸던 크로바 101㎡ 매매가격이 지금은 9억원을 훌쩍 넘는다”며 “몇 달 전 가격을 생각하면 집 못산다. 매물이 하나 나가면 집값이 올라가고, 또 하나 팔리면 올라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매물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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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 매맷값 상승세는 최근 부동산 가격 규제 발표가 쏟아지면서 더욱 심해졌다. 수도권에 비해 규제가 적어서다. 매물을 잡으려면 일단 대기를 걸어놔야 한다. 매물이 나오면 먼저 계약금을 지불하는 사람이 ‘임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년 전 3억6100만원에 거래됐던 둔산동 ‘한마루아파트’ 101㎡의 매매가격이 지난달 5억9200만원으로 2억원 넘게 치솟았다. 집을 보지도 않고 가계약금부터 보내는 외지인 투자자들도 많다.

울산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침체 영향으로 울산 집값은 2017년부터 내리 떨어졌지만 올 하반기부터 반등하는 추세다. 울산에서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5억3000만원대에 팔렸지만 이달 초에는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무거동 ‘옥현주공2차’ 전용 84㎡ 매맷값 역시 한달여 만에 4000만원가량 올랐다. 현지 Y공인 관계자는 “입지가 좋다고 꼽히는 옥동, 신정동 등의 아파트는 2000만~5000만원 정도 올랐고 새아파트 분양권에는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었다”며 “매도자들이 물건을 거둬들여서 매물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대구에선 신고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용면적 85㎡ 아파트가 곧 1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힐스테이트 범어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달 9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와 바로 맞닿아 있는 11년차 아파트인 ‘범어SK뷰’ 전용 84㎡는 지난 7월 9억3000원에, 8월에는 9억원에 거래됐다.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중소형 면적의 주택이 10억원 선에 육박한 곳은 대구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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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발 아파트 폭등 지방으로 전이”

서울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급등 현상은 지방 광역시로 확산되는 중이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현재(21일 기준) 전국과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에 비해 각각 0.03%와 0.15% 올랐다. 작년 말부터 떨어지던 집값은 지난 8월부터 상승 전환한 뒤 상승폭을 조금씩 키우고 있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등 5대 광역시 아파트값도 뛰고 있다. 0.04% 올라 전주(0.05%)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부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가격 상승이 감지되고 있다. 광양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광양에서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e편한세상 광양’ 전용 84㎡는 지난달 3억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중동의 A공인 대표는 “워낙 새아파트 공급이 없다보니 전세가격이 높은 편”이라며 “실수요자도 많지만 소액으로 갭투자를 원하는 외지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광양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80%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구미 경산 여수 순천 등은 지난 몇 년간의 집값 하락세를 멈췄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발 아파트 폭등이 다른 지역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남 아파트값은 전국에서 가장 비싸 한국 주택시장의 기준이 된다. 강남이 오르면 신도시와 강북지역이 따라 오르고, 그 여파가 지방 도시까지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되면서 공급이 부족한 지역 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강남에서 아파트값이 오르면 서울 전역으로 상승세가 퍼지고 지방 주요지역도 ‘키 맞추기’를 한다”고 전망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월간 ‘매매수급지수’는 99.3을 기록하며 100선에 육박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수치가 계속 오르고 있다. 대전이 112.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대구는 95.5, 울산은 90.4를 각각 나타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점인 100을 넘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자고 나면 뛰는 아파트값 탓에 집 없는 서민들은 속만 바짝바짝 태운다. 결혼을 앞둔 허수연 씨(여·32)는 신혼집 마련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직장이 대전 유성구인 그는 신혼집으로 출퇴근 교통편이 많은 둔산동의 한 아파트로 점 찍어 뒀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이 올들어서만 5000만원이나 올라버렸다. 허씨는 “집을 살까 말까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뀐다”며 “더 오르기 전에 사야한다는 주변의 조언도 있었지만 상투를 잡을까 불안해 선뜻 매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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