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일대의 기존 아파트 전셋값이 폭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입주물량에도 전셋값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새 아파트의 입주가 본격화되자 기존 아파트들부터 전셋값 하락이 가시화하고 있다.

22일 강동구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둔촌동 초원동아아파트 전용면적 59㎡ 아파트 전세가 지난 10일 2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8월만 해도 3억~3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암사동의 현대홈타운 전용 59㎡ 전세가는 2개월 새 1억원이 넘게 하락했다. 이 주택형 전세는 8월 4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3억5000만원에 거래돼 1억원이 급락했다. 그러다 이달에는 5000만원이 더 하락해 3억원에 거래됐다.

명일동의 삼익그린2차 전용 42㎡ 전세는 이달 80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8월 2억1500만원에 거래됐던 주택형이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최근에 강동구에 새 소형아파트들이 입주를 시작하니 소형 구축아파트가 맥을 못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동구의 10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은 -0.01%를 기록했다. 상승폭을 계속 유지하던 강동구 전셋값 변동률은 지난 9월 셋째주부터 보합세를 나타냈다. 9월 다섯째주 -0.02%로 집계된 이래 3주간 하락세다.

고덕지구 대규모 새 아파트 단지들의 릴레이 입주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강동구에선 9월 말 4932가구의 고덕그라시움의 입주가 시작됐다. 오는 12월에는 고덕 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 고덕 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가 완공된다. 내년 2월에도 고덕 아르테온(4066가구)이 집들이를 앞두고 있다. 이들 물량만 합쳐도 웬만한 미니신도시급이다. 명일동의 K공인 관계자는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새 아파트 매물들이 쏟아져 주변의 구축아파트 전세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강동구는 단기간에 이례적인 공급량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렇다 할 이주 수요도 없어 전세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