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규 서인건축 대표 "들어가고 싶은 충동 생겨야 멋진 건축물이죠"
“벽면을 타고 양옆으로 뻗은 부분이 보이죠? 두 팔을 벌려 어린아이를 품는 어머니의 모습을 뜻합니다. 국내 최초의 ‘어머니 교회’라는 특징을 형상화한 거죠.”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최동규 서인건축 대표(72·사진)는 새문안교회 건축에 담은 코드를 이같이 설명했다. 최 대표가 이은석 교수(경희대 건축과)와 공동설계한 새문안교회는 이달 15일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2019 아키텍처 마스터 프라이즈(AMP)’에서 건축설계부문 문화건축상을 받았다. 이 교회는 약 3년 반의 공사를 거쳐 지상 13층, 연면적 2만9388㎡ 규모로 지난 3월 재개장했다.

AMP는 198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제정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건축, 조경 등 분야의 작품에 시상하는 세계적 건축상 중 하나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후원한다. 올해는 총 42개 부문에서 1000여 개 작품이 출품됐다. AMP 측은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를 닮았다”고 호평했다.

새문안교회는 1887년 미국 언더우드 선교사가 한국에 와서 처음 세운 교회다. 한국 개신교의 ‘어머니 교회’로 불린다. 이번에 지은 건물은 여섯 번째 신축이다. 이전 건물은 1972년 마지막 황손 이구 씨가 뉴욕 아이엠페이 사무실에서 귀국 후 설계했다. 최 대표는 당시 건물 입면, 스테인드글라스, 벽돌 등을 그대로 남겨뒀다.

서인건축은 국내 교회설계 부문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1981년 준공돼 아직도 원형이 남아 있는 서울 압구정동 소망교회도 최 대표가 설계했다. 서울장신대 종합관, 경기 양평의 모새골성서연구소, 광교신도시의 더사랑의교회 등도 그의 작품이다. 2011년 건축의 날 대통령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예총예술문화상 등 수상실적도 화려하다.

최 대표는 국내 건축계 거장 김수근 선생의 문하생이다. 1971년 한양대 건축과를 졸업한 뒤 1973년부터 김수근 선생이 이끄는 공간연구소에서 활동했다. 그는 “엄격하고 칭찬에 인색했던 김수근 선생이 무심코 던진 말들이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죽비’였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은 상상력, 판단력, 관찰력이 있어야 한다는 김수근 선생의 가르침이 평생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소망교회를 설계할 무렵엔 핀란드가 배출한 세계적 거장 알바르 알토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건축가로서 반세기 가까이 살아온 그에게 건축이란 과연 무엇일까.

“건축물은 무엇보다 필요에 따라 짓는 것이기 때문에 실용성을 빼놓을 순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조형미가 뛰어나고 사람들이 들어가고 싶은 정서적 충동이 일어나는 건축을 추구합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