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공급 틀어막는 주택규제…집값만 올렸다"
부동산 규제가 또 나올까. ‘역대급’ 규제로 평가받는 2017년 ‘8·2 대책’과 지난해 ‘9·13 대책’에 이어 이달 초엔 ‘10·1 대책’이 나왔다. 10·1 대책은 앞서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방침에 대한 보완의 성격이지만 정부의 트라우마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고 규제를 쥐어짜는 모습이어서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대책의 효과는 최대 7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잠시 주춤하다 다시 상승 반전했다. 공급을 철저히 막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은 임대사업자 등록과 재건축 3종 규제로 요약된다. 3종 규제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기준 강화, 분양가 상한제를 말한다. 재고주택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지게 하는 정책들이다.

서울에 주택을 공급할 방법은 사실상 재건축과 재개발뿐이다. 이 같은 정비사업을 통해서 공급되는 물량이 서울 전체 아파트 공급량의 8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규제로 공급이 끊기면 새집이 귀해지고 그만큼 가격도 오르게 된다.

"새집 공급 틀어막는 주택규제…집값만 올렸다"
정부의 생각은 명확하다. 서울에 집이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이 정도의 공급 감소는 시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고 본다. 그래도 집이 부족하다면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새집을 공급하면 된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왜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 새집을 공급하겠다는 것일까? 서울에 새 아파트를 지을 경우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은 집을 살 수 없을 테니 집값이 서울보단 낮은 수도권에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서울에 직장을 둔 수요자들이 선뜻 거주지를 옮길지는 의문이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요가 많은 곳엔 공급을 일정하게 해줘야 가격이 안정된다. 공급이 끊긴다면 가격이 오르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다. 미분양이 많이 나오는 지방 부동산 시장이 반면교사다. 수요가 없는데 공급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회심의 카드’로 꺼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우여곡절 끝에 사실상 내년 4월 이후로 시행 시기가 연기됐다. 정비사업 단지들에 대한 소급 논란으로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로 타격을 입는 정비사업 단지가 늘면 시장의 공급 물량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이들조차 ‘로또 아파트’를 기다리기 위해 전세로 눌러앉으면서 전셋값도 폭등한다. 전세가격 급등은 매매가격으로 전이되면서 결국 악순환이 일어난다. 사실상 투자자들에게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의 집값이 너무 높아 투기꾼들의 배만 불려주는 게 걱정이라면 오히려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면 될 일이다. 대신 개발이익을 환수하거나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등 사회적 안전장치를 두면 된다.

시중 유동성은 더 늘어나는 모양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가 금리 인하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국은행도 경기 둔화 등의 우려로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낮췄다. 안전자산인 금값은 전고점을 뚫고 있다.

유동성이 확대되면 이 자금은 실물자산인 부동산으로 유입된다. 서울 부동산시장은 수급 불안과 유동성 증가가 겹쳤을 때 가격 급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