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서 분양됐던 아파트에 몰린 인파들.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됐던 아파트에 몰린 인파들.
대구 수성구와 세종시 등 지방 투기과열지구에서도 새 아파트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과열지구는 전매 및 대출 제한, 강화된 청약자격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가 모두 적용된다. 그럼에도 뛰어난 입지 여건과 우수한 학군 등의 선호도가 이어지면서 규제 이후 오히려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와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2017년 8월 이후 현재까지 약 2년간(2017년 8월~2019년 8월) 아파트값은 각각 35.46%, 33.65%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의 평균 아파트 가격이 19.66% 오른 것과 비교하면 웃도는 수준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투기과열지구가 되기 전보다 상승률이 가팔랐다는 것이다. 대구 수성구와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기 이전 2년간(2015년 8월~2017년 8월) 아파트 가격은 각각 2.15%, 18.85% 상승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대구 수성구와 세종시 아파트의 오름세는 더욱 커진 셈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되고 되레 집값 급등

개별 아파트로 보면 가격 상승폭은 더욱 확연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대구 범어네거리 서한이다음’(2020년 8월 입주 예정) 전용 84㎡의 분양가는 5억4330만원(31층 이상)이었지만, 지난달(8월) 33층 매물이 7억8330만원에 거래되며 2억4000만원 뛰었다. 또 수성구 중동에 있는 ‘수성 효성해링턴 플레이스’(2020년 4월 입주 예정) 전용 84㎡는 지난 8월에 5억99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이는 분양가(4억 7000만원) 대비 1억2000만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세종시도 마찬가지다. 세종시 4-1생활권에 있는 ‘캐슬앤파밀리에 디아트 M1블록’(2019년 8월 입주) 전용 96㎡는 지난 14일 2층 매물이 분양가(3억563만원) 대비 2억5000만원 이상 오른 5억2102만원에 계약됐다. 3-2생활권의 ‘세종 대방디엠시티’(2019년 10월 입주 예정) 전용 84㎡는 지난 5일 5억7750만원에 실거래됐다. 분양 당시 가격이 3억3052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약 2억4000만원의 웃돈이 형성됐다.

이처럼 이들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이후에도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수요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라고 하더라도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갖춘 데다 가격이 오를 만한 지역이다보니 새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특히 수성구는 노후 아파트 비율이 높아 갈아타기 수요가 겹쳤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새집 수요에 ‘청약불패’

분양시장에도 수요자들이 지속적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이후 현재까지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단지(임대 제외)는 총 10개 단지였다. 이 중 9개 단지는 1순위에서 청약을 마쳤고, 1개 단지도 순위 내에서 청약이 마무리됐다. 같은 기간 세종시도 공급된 20개 단지 중 19개 단지가 순위 내에서 모두 마감됐으며, 단 1개 단지만이 순위 내에서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분양됐던 ‘힐스테이트 범어’는 116가구 모집에 9897명이 몰려 평균 85.3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 5월에 분양한 ‘수성범어W’는 276가구 모집에 1만1084명이 청약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후 최다 청약자가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40.16 대 1을 기록했다. 세종시에서도 높은 경쟁률이 나왔다. 작년 4월 세종시에서 분양한 ‘세종 제일풍경채 위너스카이’는 231가구에 2만5237명이 청약통장을 사용해 평균 109.25 대 1의 경쟁률을, 지난 7월에 공급된 ‘세종 하늘채 센트레빌’은 평균 82.2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연내 대구 수성구와 세종시에서 분양 예정인 새 아파트들이 주목받고 있다. 태영건설은 이달 수성구 중동 532의 324 일원에 ‘수성 데시앙 리버뷰’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84~110㎡로 이뤄진 278가구 단지다. 신천이 맞닿아 있고 수성못 유원지, 앞산공원이 가까워 쾌적한 환경이다. 한신공영은 수성구 욱수동 25 일대에서 ‘대구 수성 한신더휴’(667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단지는 중산공원이 가깝고 일부 가구에서 조망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 수성구와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음에도 가격이 뛰고 분양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끄떡없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며 “이들 지역에서는 대기 수요가 여전한 만큼 새 아파트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