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규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다음 수순으로 ‘전·월세 상한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분양가 상한제와 마찬가지로 전세와 월세 가격을 억누르는 제도다. 오는 12월까지 하는 정기국회에서 법안 도입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 상한제란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제도다. 20대 국회에 전·월세 상한제 관련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대부분의 개정안은 보증금 인상 상한선을 연 5%로 명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계약 기간이건 재계약이건 상관없이 일반 임대인도 주택임대사업자처럼 ‘5% 룰’을 지켜야 한다.

발의된 법안들은 대부분 1회에 한해 갱신 청구권을 주도록 하고 있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임대차 계약이 끝난 세입자가 재계약을 요구하면 갱신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세입자는 기존 2년 거주 기간을 포함해 최대 4년까지 같은 집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계약 갱신을 2회 요구할 수 있는 법안과 계약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바꾸는 안도 발의돼 있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가격 규제로 부동산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도입이 논의된 이 법안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 지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계기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 여론이 강하게 형성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내년부터 전셋값이 뛸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분양가 상한제와 전·월세 상한제가 맞물려 도입되는 건 필연적인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의 사전 작업인 임대차(전·월세) 신고 의무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이미 지난달 26일 발의돼 시행이 가시화했다. 이르면 2021년부터 전·월세 거래도 30일 안에 실거래가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지금은 부동산 매매계약만 실거래 신고가 의무화돼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집주인들이 제도 시행 전 임대료를 미리 올리면서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이사와 도배 등 부동산 관련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수급 상황과 경기에 따라 결정되는 임대료를 제한하면 경제 여건 변화에 대한 탄력성이 저해된다”며 “서민을 위하겠다는 정책이 반대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