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前 분양 급한데…둔촌주공 행정절차 '산 넘어 산'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사업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되는 다음달까지 일반분양에 나설 여건이 안 돼서다. 사전에 해결해야 할 행정 절차가 한둘이 아니다.

4일 강동구청에 따르면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은 최근 구청에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정비계획이란 재건축사업의 밑그림이 담긴 기본계획이다. 가구 수를 반영한 법정 공원부지 면적이 부족한 게 이번에 변경안을 낸 이유다.

현행 ‘공원녹지법’은 1000가구 이상 주택건설사업의 경우 가구 수에 비례한 공원 면적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둔촌주공은 올해 5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통해 규모를 926가구 늘린 1만2032가구로 확정했다. 이때 늘어난 가구 수만큼의 공원 면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조합은 단지 북서쪽 문화시설 부지를 활용해 공원 면적을 총 3만6000여㎡로 확대하는 계획을 냈다. 그러나 인가 시점을 종잡기는 어렵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심의와 주민 공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인가 시점은 대략적으로라도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비계획을 뜯어고친 뒤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도 받아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에 남은 행정 절차가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최찬성 둔촌주공 조합장은 “사업시행계획은 ‘중대한 변경’이 아니라 ‘경미한 변경’이기 때문에 인가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관련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일반분양까지는 갈 길이 멀다. 조합원들의 대략적인 분담금 등을 정하는 관리처분계획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양가와 분양 방식 등을 결정한 뒤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쳐야 관리처분계획 변경이 가능하다. 조합 집행부가 제시하는 청사진을 조합원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조합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어 아직 총회 일정에 관한 윤곽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일사천리로 이달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더라도 다음달까지 분양에 들어가긴 녹록지 않다. 구청 인가와 착공, 분양가 심의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둔촌동 A공인 관계자는 “다음달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정부가 언제든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물리적 여건상 법 개정 전엔 분양에 들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둔촌주공은 일반분양분이 전체 가구 수의 절반에 가까운 4787가구여서 상한제가 치명적이다. 지출하는 사업비는 그대로인데 분양 수입은 감소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일반분양분을 줄이고 조합원에게 주택 두 채를 배정하는 ‘1+1 분양’ 확대 등 여러 방식을 논의 중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