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이 다음달 일반분양에 나선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와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등도 일반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을 계획했던 단지들이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앞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반면 재건축 사업 초기 단지들은 속도 조절을 하는 등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확정되자 후분양을 계획했던 재건축 사업지들이 잇따라 선분양 방식으로 선회하고 있다. 철거가 이뤄지고 있는 상아2차 아파트.  /한경DB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확정되자 후분양을 계획했던 재건축 사업지들이 잇따라 선분양 방식으로 선회하고 있다. 철거가 이뤄지고 있는 상아2차 아파트. /한경DB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24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다음달 선분양을 하기로 했다. 이 아파트 조합은 HUG와 일반분양가 책정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올 6월 강남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먼저 후분양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오는 10월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하자 선분양으로 선회했다. 상아2차 조합은 다음달 ‘래미안 라클래시’라는 브랜드로 115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분양가는 4월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3.3㎡당 평균 4569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가 이보다 낮게 책정될 것으로 판단한 조합 측이 손실 최소화를 위해 선분양에 나선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원베일리)와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등 이미 조합원 이주를 마치고 철거 중인 단지들도 일반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반포 원베일리 조합은 ‘1+1 분양’ 방식을 늘려 일반분양분을 축소하기로 했다. 당초 350가구 정도인 일반분양 물량이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은 내년 4~6월로 예정된 조합원 분양이 마무리되면 내년 하반기께 일반분양에 들어갈 계획이다.

둔촌 주공아파트도 10~12월 사이 일반분양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 아파트는 전체 건립되는 1만2000여 가구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이 4700여 가구에 달한다. 이 단지도 1+1 분양을 확대해 조합원분을 늘리는 등 손실 최소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둔촌 주공의 HUG 기준 분양가는 3.3㎡당 2500만~2600만원 정도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분양가는 3.3㎡당 23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사업 초기 재건축 단지들은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서울시에 신속한 재건축 심의 이행을 촉구하며 시위까지 벌였던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들 단지는 사업 절차를 밟아나가겠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며 “재건축 사업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고려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매매가는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호가가 19억5000만원 선이었는데 지난주 1억원 떨어진 18억5000만원, 주말에는 1억1000만원 빠진 18억4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아직 안전진단도 통과하지 못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는 매수세가 줄었으나 급매물도 나오지 않고 있다. 목동 7단지 전용 66㎡는 13억원, 6단지 전용 47㎡는 9억3000만~9억5000만원에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진석/구민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