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은마 재건축 내분…추진위원장 고소
제자리걸음 중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사진) 재건축 사업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합원끼리의 소송전이 불거져서다. 16년째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무는 동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를 맞으며 내부 불만이 폭발한 결과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소유자협의회(은소협)가 이달 초 이정돈 재건축추진위원장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은소협의 정보공개 요구에 허위로 응했다는 이유에서다. 은소협은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의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단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지난 6일 수서경찰서로 내려보냈다.

은소협이 지난 5월 추진위에 토지등소유자 명부를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 추진위가 제공한 명부에 소유주 전화번호가 삭제됐는가 하면 주소가 실제와 달리 기재된 사례도 있다는 게 은소협의 주장이다. 은소협 관계자는 “도정법의 정보공개 관련 규정은 가장 최근의 자료를 원본 그대로 제공하도록 돼 있지만 수년 전 자료를 건네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마저도 전화번호를 가리는 등 고의로 다른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도정법은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소유주에게 모든 자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력업체 유착 및 비리 등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보공개에 응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허위정보를 제공하면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징역형을 받는다.

은소협 관계자는 “재건축과 관련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며 “비대위가 소유주들과 연락하면서 세력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추진위가 과거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고소인이 된 이 추진위원장은 “아직 고소장을 받지 못했다”며 “비대위에서 원하는 모든 자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한 건 최근이다. 추진위의 재건축안이 잇따라 서울시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재건축 관련 규제란 규제는 모두 맞게 됐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했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확정됐다.

은소협은 기존 정비계획안과 달리 1 대 1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 대 1 재건축이란 가구 수 증가가 거의 없는 재건축사업 방식을 말한다. 일반분양 수익이 거의 없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이 적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올해 말 추진위원장 선거가 예정됐기 때문에 기존 추진위와 비대위의 세력 대결이 격화되고 있다”며 “사업이 계속 지지부진하면 대안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