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적용·통계 분석 '고무줄 해석' 논란

공급 감소 "경기 침체 탓" 집값 안정은 "상한제 덕분"
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도 '오락가락'
정부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사업에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이중잣대’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를 준비 중인 서울 반포주공 1단지 전경.  한경DB

정부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사업에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이중잣대’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를 준비 중인 서울 반포주공 1단지 전경. 한경DB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예고한 가운데 정책 추진 과정에 상당한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을 외면하고 긍정적인 효과만 강조하거나, 조합원 입주권에 대한 기준을 정부에 유리하도록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앞세워 지나치게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규제가 늘어날수록 법리적 해석을 두고 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주권도 ‘1주택’ vs ‘미실현 기대이익’

국토교통부가 이번에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기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에서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신청’으로 변경한 것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나오는 조합원 입주권 관련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관리처분계획안에 나온 사업 수익, 비용 등을 주택 같은 ‘재산권’이 아니라 ‘기대이익’으로 해석한다. 분양 승인을 받기 전까지 분양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주택법에선 조합원 입주권을 하나의 주택으로 인정한다.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따라 규정이 새로 바뀌었다.

기존엔 관리처분인가 이후 입주권이 나오더라도 새 아파트를 준공한 뒤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 주택으로 인정했는데, 이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입주권 보유자는 유주택자와 똑같은 규제를 받고 있다. 입주권을 갖고 있으면 규제지역 내 집을 새로 살 때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다. 9억원이 넘는 입주권을 팔 땐 보유기간에 따라 양도세가 부과된다. 1주택 보유자가 입주권을 들고 있으면 1가구 2주택자가 돼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도 더 늘어난다. 청약 시에도 입주권을 소유하면 무주택 기간에서 제외한다.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조합원은 “입주권이 있으면 주택처럼 세금도 내고 대출 규제도 똑같이 받는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때만 재산권이 아니라고 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정부 말대로 기대이익에 불과하면 입주권에도 세금을 부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입주권을 주택 같은 재산권으로 인정할지 여부는 세부적인 법률 영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전문적인 법률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합원 입주권도 주택이라면서…상한제 적용 땐 "재산권 아니다"

‘고무줄 잣대’에 시장 혼란

국토부가 2007년 분양가 상한제 도입 직후 2008~2009년 아파트 인허가(공급)가 감소한 원인으로 경기 침체를 꼽은 것도 논란이 됐다. “2007~2014년 아파트 가격 안정은 경기 때문이 아니라 상한제 덕분”이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8~2009년 서울의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3분의 1토막이 났는데, 이를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라 모두 경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건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동산학 교과서에도 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가격 통제’는 공급을 위축시켜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불안 요인이 된다고 나와 있다”며 “정부가 왜 굳이 분양가 상한제의 공급 감소 효과를 부정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국토부 입장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관리처분계획안에서 정한 일반분양가는 미래의 미확정 기대수익에 불과하므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도 사유재산 침해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반면 초과이익환수제에선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기대수익에 미리 세금을 책정한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편의에 따라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국토부는 14일 참고자료를 내고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경우에도 분양 승인을 받기 전이라면 분양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관리처분인가에 포함된 예상 분양가격과 사업가치는 법률상 보호되는 확정된 재산권이 아니라 기대이익”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어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조합원 기대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선 “사전 통지된 부담금은 추후 부담해야 할 비용을 예측해보는 예정액”이라며 “실제 부과액은 아파트 준공 후 명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양길성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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