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인가 받았어도 소급…둔촌주공 등 타격
"공급 감소로 전셋값 불안"…리모델링 등은 수혜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의 한 재개발 예정구역. 전형진 기자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의 한 재개발 예정구역. 전형진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분양수익이 줄어드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이 멈춰서면 새 아파트 공급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세가격이 불안해지고 신축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사업 막바지 재건축 직격탄

1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민간택지에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 기준을 모든 투기과열지구로 바꾼 게 골자다. 적용 시점은 ‘최초 입주자모집공고’로 일원화했다.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해 상한제 적용을 피했던 재건축·재개발구역도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기 전이라면 소급해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서울 강남권 ‘대어급’ 재건축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 막바지인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와 ‘삼성 상아2차(래미안라클래시)’ 등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 전문위원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 약세도 불가피하다”며 “후분양을 통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던 단지들은 그나마 분양수입이 덜 감소하는 선분양으로 다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구수 대비 일반분양 비율이 높았던 단지일수록 타격은 클 전망이다. 1만2000여 가구 가운데 5000여 가구가 일반분양인 ‘둔촌주공’ 등이 대표적이다.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이 단지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분담금은 억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선분양 조건으로 제시한 3.3㎡당 2600만원대로 분양가를 책정하더라도 이미 1조원가량 수익이 감소해 조합원당 최대 2억원의 분담금을 더 내야 하는 상태다.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분양가는 더 내려가고 분담금은 오른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반분양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조합원들이 내야 할 분담금도 오르게 된다”며 “이미 은퇴해 현금이 부족한 원조합들의 경우 추가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투자로 진입한 이들 또한 분담금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일반분양 청약보다 못한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강영훈 네이버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동작, 마포, 성동 등 정비사업 단지의 분양가가 높았던 지역과 아닌 지역에서 상한제가 차별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안전진단 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 사업을 순항했던 곳들이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맞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나던 집값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고아파트보단 분양아파트를 노리려는 청약 대기수요가 늘면서 반등하던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며 “다만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시중 유동자금을 고려하면 파괴적인 영향력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대치동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 한경DB

서울 강남 대치동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 한경DB

◆“전셋값 불안해질 수도”

내 집 마련을 노리는 이들에겐 분양가 상한제가 호재다. 그러나 로또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데다 수익성 악화로 인한 공급감소가 불가피해 경쟁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전망이다. 함영집 랩장은 “올해 계획됐던 분양아파트 47만 가구 가운데 실제 분양은 17만 가구에 그쳤다”며 “건설사들은 적절한 분양시기를 두고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완전히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영훈 대표는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꺼낸 목표는 상승장에 올라타지 말고 청약을 기다리라는 의미”라며 “전매제한이 길어진 데다 최대 5년의 의무 거주요건이 추가될 예정인 만큼 무작위 청약이 아니라 실제 거주할 지역에 선택적으로 청약하려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세가격은 불안 요인이다.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다 청약대기 수요까지 늘어나는 까닭이다.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당시 2.74%였던 전국 주택전세가격 변동률은 2년 뒤 4.27%로 오름폭이 두 배가량 커졌다. 2011년엔 15.3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박원갑 위원은 “분양 대기수요가 늘어나면 앞으로 전세가격 불안정은 불가피하다”며 “희소성이 높은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제한적으로 효과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등 수혜

리모델링이나 중소형단지 재건축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매력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어서다. 이상우 위원은 “대형 단지들이 타격을 받는 만큼 규모가 작은 곳들의 사업이 빨라지거나 일반분양이 거의 없는 1 대 1 재건축, 리모델링이 각광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개발구역에선 땅값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적정 이윤을 합친 금액으로 분양가를 제한하는데 여기서 택지비의 비중이 가장 높아서다. 땅값을 올리는 만큼 향후 분양가 상한선도 달라지는 셈이다. 택지비는 재개발구역 내 모든 땅의 감정평가액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조합이 종전자산감정평가를 할 때 정해진다. 이번 개정안에선 산정 기준을 객관화하겠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 별도 기준이 정해지진 않았다. 강영훈 대표는 “지분이 크면 반사이익을 얻겠지만 소액지분 소유주들과 갈등일 빚어질 수 있다”며 “사업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감정평가액이 높게 나오면 현금청산자들이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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