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부동산
계약,부동산
부동산 계약서에는 ‘특약사항’이 존재합니다. 특약이란 말 그대로 당사자간의 ‘특별한 합의’라는 의미입니다. 보통 계약에 필요한 기본 기재사항 이외에 더 당부해야 할 사항들을 적기도 합니다. 하지만 임대인과 임차인 합의 하에 적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바를 특약사항에 적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이 갑일 경우 임차인이 원하지 않는 내용이 들어가기도 하고, 중요한 내용을 특약사항에 넣었지만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계약 파기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이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잘 쓰는 것만큼 지키는 것도 중요한 특약사항, 법적인 효력은 어디까지일지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① 특약사항으로 인한 계약금 반환, 가능할까요?

A씨는 얼마 전 전세집을 계약하며 5%의 계약금을 걸고, 특약으로 ‘전세자금 대출 승인이 안 날 경우에 계약을 취소하며 계약금은 반환한다’고 적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해당 주택이 곧 매매로 인해 집주인이 변경될 예정이니 새 집주인과 계약을 하면 된다고 해 그렇게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방문하니 현재 등본 상 집주인과 계약한 것이 아니라 전세자금대출신청이 불가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A씨는 계약한 부동산에 전세자금대출 신청 불가로 인한 계약 파기와 계약금 반환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공인중개사는 자신이 아는 은행에서 이 계약서로 대출을 받아주겠으니 그쪽에서 대출을 받으라고 권유했습니다. 대출이 나오는데도 이를 거부할 경우, 변심이거나 대출의사가 없는 것이니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하네요. 이 경우, 공인중개사가 주장하는 게 맞는 것일까요?
[부동산 법률방] 특약사항 위반으로 계약했던 집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 법률방]

부동산 법률방의 박진석 변호사입니다. 우선 임대차 계약서상의 임대인이 현재 부동산등기부등본 상의 소유자가 아니라도 그 계약은 유효합니다. '전세자금 대출 미승인 시 계약금을 반환하고 계약은 무효로 한다'라는 특약도 유효합니다.

계약서에는 특정한 은행과 상품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인중개사가 소개한 은행이라도 전세자금 대출이 승인된다면 계약 위반은 아닙니다. 따라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개받은 은행에서 가능하다는 대출을 받지 않는다면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되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공인중개사가 소개한 대출상품이 제2금융권이라면 경우가 다를 수 있습니다. A씨가 예상했던 대출이율이 큰 차이가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 임대인에게 그 차액만큼의 보전을 요구할 수도 있겠습니다.

② 특약사항 불이행시

B씨는 마음에 드는 신축주택 전세집을 발견했습니다. 계약하기전 집을 둘러보면서 수압을 보니 너무 약한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시공자에게 물어보니 펌프 설치 전이라 수압이 약한 것이지, 설치를 하면 세게 나올 것이라고 답변을 해줬습니다. 그래서 B씨는 계약서 작성시 특약사항에 ‘입주 전 펌프설치로 수압상승’이라고 적어서 날인했습니다.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일대가 상수도관 파열로 4일 새벽 3시까지 단수 된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일대가 상수도관 파열로 4일 새벽 3시까지 단수 된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사 전날, B씨는 이미 가서 집을 확인했더니 수압은 여전히 약했습니다. B씨는 계약한 집 이외에 옆과 아래집은 수압을 확인했습니다. 그랬더니 나머지 집들의 수압 상태는 좋았습니다. 문의했던 시공자는 B씨가 이사오기전 어떤 문제인지 확인해본다고는 하면서 수압변동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고 애매한 말만 합니다. 이 경우, 수압해결이 안된다면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부동산 법률방]

계약의 해제는 당사자들이 미리 약정한 사유뿐만 아니라 계약의 중대한 위반입니다.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중대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러한 중대한 사정인지 여부는 사후적, 법률적 판단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구체적인 상황과 계약 체결의 경위, 당사자간의 협의 내용 등 종합적인 요소를 판단해야 합니다.

B씨는 계약 체결 전부터 수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수압이 약하면 계약을 못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상대방에게 언급할 정도의 사정이 있다면, '입주 전 펌프설치로 수압 상승'라는 특약사항이 임대차계약의 목적(주택을 임차하여 그 용법에 맞게 사용하여 수익함)에 중대한 요소로 판단됩니다. B씨는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 받을 수 있습니다.

③ 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사항

C씨는 작은 원룸 월세 계약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방을 알아보고 가계약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 특약사항에 ‘집기 고장 및 파손 시 수리비를 임차인이 변제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C씨는 부주의에 의한 것이면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조항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룸 월세의 경우에 살면서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 집기나 가전이 고장 나면 집주인이 수리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C씨는 알고 있습니다. 특약사항이 있으면 그냥 고장 난 경우에도 C씨가 수리비를 부담해야 하는지,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 특약사항을 수정해달라고 하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박진석 법무법인 심평 변호사
박진석 법무법인 심평 변호사
[부동산 법률방]

임대차계약 상 주택을 포함한 임대목적물의 수선에 관한 사항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한 바에 따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없는 하자 발생 시 들어가는 비용(용법에 맞는 정상적인 사용을 하였을 때에도 사용연한이 소진되어 고장 나는 경우 등 수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임대인의 부담으로 하고,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임차인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위 특약사항을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집기 고장 파손 시 수리비를 임차인이 변제한다'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답변=박진석 법무법인 심평 변호사(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자문역)
정리=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