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터뷰

홍춘욱 박사


▶최진석 기자
안녕하세요 집코노미TV입니다. 요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일 무역전쟁이 발발했다는 표현까지 나오니까요. 사학도이면서 작가이자 이코노미스트이신 홍춘욱 박사님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간단하게 여쭤볼게요. 우리가 일본과 무역전쟁을 하면 이깁니까?
[집코노미TV] "日과 무역전쟁서 이길 내공 충분…부동산엔 충격 없어"

▷홍춘욱 박사
지금은 힘들고요. 그러나 3~5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 결국 역사의 승자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지난 10~20년 동안 두 나라 기업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봐야 합니다. 중요한 게 이거죠. 현재 우리의 모습은 과거의 우리가 만들어낸 거잖아요. 살펴보시면… 플라자합의 직후였던 1986년 얘기를 해야 합니다. 이때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9%였습니다. 정말 대단한 거죠. 지금은 얼마일까요? 3.5% 정도입니다. 30년 정도가 지나긴 했습니다만 3분의 1토막이 났어요.

같은 기간 한국은 ‘3저(低)호황’을 겪으면서 막 도약하던 시기였죠. 수출시장 점유율은 1.5%였습니다. 그런데 2013~2014년에 3%를 돌파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물론 나라마다 통계는 다릅니다만 0.5% 안쪽으로 붙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냐면 그동안 한국은 고난에서도 투자를 하면서 노력했죠. 반면 일본은 1989년 버블 붕괴, 2000년 IT 버블 붕괴까지 두 차례나 자국 문제와 글로벌 경제 문제를 겪으면서 제때 구조조정을 못 해 기업들이 망가졌어요.

다시 말해서 일본은 지난 30년 동안, ‘잃어버린 3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제대로 노력을 한 것은 2012년 말 ‘아베노믹스’ 이후 6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반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의 아픔은 있었지만 적어도 쉬지는 않았다는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두 나라 기업들이 어떤 일을 했느냐를 살펴보자면 우리가 많이 노력해서 일본에 의지하던 수많은 소재 등의 부분에서 많이 이겨온 거죠. 그래서 향후 3~5년 뒤를 놓고 보면 한국이 역전할 가능성도 꽤 있다는 겁니다. 한 번 세볼까요. 디스플레이, 얼마 전까지 샤프가 만드는 디스플레이가 세계 최고였잖아요. 소니, 파나소닉도 최고였지만 지금은 완전 역전됐죠. 더 심한 사례도 있습니다. 스마트폰. 일본산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이 한때는 세계에서 상당히 인기를 끌었었죠. 소니 익스페리아 시리즈나 히타치…. 그런데 요즘 신제품이 나오면 우리가 아나요?

▶최진석 기자
전혀 모르죠.

▷홍춘욱 박사
그리고 낸드플래시. 얼마 전까지 30% 중반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었던 도시바는 지금 점유율 20%가 깨지려고 해요. 그뿐 아니라 지분도 매각하려 하죠. 세계 수출산업에서, 적어도 정보통신(IT)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에 계속 뒤처지는 분야가 거의 보이지 않아요. 관광이나 소재 등의 부분에서 지고 있지만 한국이 처음부터 잘했던 분야는 아니었고요. 쫓아가고 있긴 하죠.

그리고 두 번째, 등에 칼을 맞았다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사실 이게 가장 아픈 거죠.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고요. 그리고 당장은 어려운 일입니다. 자, 미국 달러 패권 아래서 한국, 일본, 대만 3국은 어떻게 보면 서로서로 사이는 나쁘고 기업 간에 경쟁도 하지만 사실상 경제 동맹국처럼 행동했습니다. 일본산 소재를 사서 한국이 핵심 부품을 만들고, 이걸 중국이나 대만, 필리핀 등에서 조립하고, 최종 제품을 일본이 또 수입하고… 그러니까 한국은 대(對) 일본 적자, 그러나 중국은 대 한국 적자, 다시 일본은 대 중국 적자. 서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마디로 말해서 산업 분업을 형성한 거죠.
[집코노미TV] "日과 무역전쟁서 이길 내공 충분…부동산엔 충격 없어"

▶최진석 기자
그렇죠, 그렇죠.

▷홍춘욱 박사
“너 잘하는 거 뭐니”라고 물어보면 일본은 몇백년 동안의 장인기질에다 중소기업들이 많아서 초정밀부품들, 교세라부터 시작해서 좋은 기업들이 있잖아요. 특허 많이 가진 회사들의 초정밀부품들이 마진은 좀 적지만 안정적인 수급을 해주면 한국이 대량 구입을 하고, 한국이 조립하거나 만든 핵심 부품을 갖고 동남아나 중국 등에서 최종 제품 조립을 해서 가격 단가를 낮춰 세계시장을 제패하는 협력구조죠. 경제적 이해 관계에서 우리가 이익을 준다면 상대는 우리에게 물건을 제때 공급해 줄 것이고, 함께 신제품 개발을 위해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고 경쟁할 부분은 경쟁한다는 신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수출 규제가 사실상 가시화되고 난 다음에 수많은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일본은 경제적 이익에 배치되더라도 정치적 갈등이 있으면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나라야’라는 생각이죠.

앞으로 추가적인 품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 기업들이 고생합니다. 일단 서플라이 체인 속에서 상대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재고를 몇 년치 갖고 있을까요?

▶최진석 기자
하… 아니죠.

▷홍춘욱 박사
반도체 전체 공정, 디스플레이 전체 공정 중에서 핵심 소재들이 빠진다면 생산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재고는 있겠죠. 몇 달인지는 모릅니다만. 생산 차질 문제를 해소시키는 데는 짧아도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어요. 따라서 올해 한국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몇 년을 지나고 보면, 그간 우리는 놀지 않았잖아요. 일본이 주요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어 오다가 유일하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산업에서 자신의 고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에게… 표현이 죄송합니다만 ‘깽판’을 놓은 거잖아요. 못 믿을 상대라는 걸 보여주게 된 꼴이죠.
[집코노미TV] "日과 무역전쟁서 이길 내공 충분…부동산엔 충격 없어"

▶최진석 기자
당장은 타격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일본에 역풍이 될 것이란 거죠?

▷홍춘욱 박사
새로운 서플라이 체인 속에서 다른 부품 수급자들을 찾아가는 과정, 여기서 분명히 비용을 많이 줘야 합니다. 얼마나 유리한 협상 과정이겠어요. 마진의 하락 가능성은 있겠죠. 일단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물량쪽에서의 차질 가능성과 기업의 경영에서의 불확실성 부분으론 악재겠지만 수익적 측면에서 몇 년을 놓고 봤을 때 이게 진정한 악재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진석 기자
이 정도로 주요 기업들의 경영 근간이 흔들릴 만큼 펀더멘털이 약하지는 않다?

▷홍춘욱 박사
어우, 이 정도로 흔들린다면 그 이전 20년이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렇게 고생했는데.

▶최진석 기자
자, 박사님. 지금까지 거시를 봤어요. 그런데 우리는 집코노미잖아요.

▷홍춘욱 박사
하하하.
[집코노미TV] "日과 무역전쟁서 이길 내공 충분…부동산엔 충격 없어"

▶최진석 기자
부동산 봐야죠 이제.

▷홍춘욱 박사
하하하. 집코노미였다는 걸 지금 아셨어요?

▶최진석 기자
(당황) 잠깐 너무 크게 갔는데… 우리의 유전자를 다시 찾아오자고요.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의 흐름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홍춘욱 박사
‘낫 배드(Not bad)’.

▶최진석 기자
낫 배드?
[집코노미TV] "日과 무역전쟁서 이길 내공 충분…부동산엔 충격 없어"

▷홍춘욱 박사
좋은 일은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고 뭐라고 하기도 어려운 시장 흐름이 왔다고 보고 싶어요.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경기부양의 의지가 나타났다는 거죠.

두 번째는 분양가 상한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정책은 교통망의 신속한 확대와 팽창이 뒤따라주지 않는다면 공급에 차질을 유발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미스 매치, 그러니까 공급이 확 줄어서 신축 아파트는 안 나오는데 소득을 높이거나 경제 유동성을 높이는 금리인하 정책을 같이 펼친다?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핵심 지역 부동산시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최근의 여러 가지 흐름은 낫 배드 정도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다 좋다, 이렇게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시장 전체의 에너지가 감퇴되기보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더 강해질 여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최진석 기자
오늘 한일 무역전쟁에 대해서 정말 폭넓고 깊게 얘기 나눠봤습니다. 박사님, 감사합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진행 최진석 기자 촬영·편집 조민경 인턴PD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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