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예고되면서 전세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경DB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예고되면서 전세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경DB
서울 전셋값이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9·13 대책이 발표된 이후 안정됐던 전세가격은 지난 1일 플러스로 전환한 뒤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예고됨에 따라 잠재 실수요자들이 ‘반값아파트’를 기다리며 전세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서울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전세가 급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또 기다리자”…전세가 꿈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15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은 0.02% 상승했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달 17일 보합을 기록하며 지난해 10월 말 이후 34주 만에 하락을 멈췄다. 지난 1일 플러스로 전환(0.01%)한 데 이어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곳은 강남구 서초구 등 강남권이다. 지난 5월 말 플러스로 전환한 강남구 전셋값은 지난주 잠깐 보합에 머물렀다가 이번주 다시 0.06%로 상승 반전했다. 지난달 17일 0.04%로 상승 전환한 서초구는 전주(0.08%)에 이어 이번주 0.12% 급등했다. 서울에서 0.1% 이상 전셋값이 오른 곳은 서초구가 유일하다. 반포동 잠원동 등 서초구 내 재건축 이주 수요와 여름방학 이주 수요 등이 몰린 영향이 컸다고 감정원은 분석했다. 서초구와 강남구에선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신축 랜드마크 아파트뿐 아니라 반포자이 반포미도 등 구축까지 골고루 올랐다.
'반값 분양' 예고에…전셋값 상승 '풍선효과'
재건축아파트가 많은 양천구(0.01%)와 영등포구(0.04%)는 이번주에 나란히 상승 전환했다. 다만 지난 3월부터 줄곧 플러스를 이어온 송파구는 미성·크로바아파트 이주가 마무리되면서 전주 보합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주엔 소폭의 하락세(-0.01%)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조정받는 모습을 보였다.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재건축에 대한 매수세가 줄어든 영향이다. 서울 전체로는 전주 0.02%에서 이번주 0.01%로 상승폭이 줄었다. 강남구(0.04%)와 서초구(0.02%)의 상승률이 0.01%포인트씩 감소했다. 지난주에 0.05% 올랐던 양천구는 이번주엔 0.02% 상승에 그쳤다.

공급 부족한데…불난 데 기름 붓는 격

전세가격이 꿈틀대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 3구 아파트 입주물량은 5043가구다. 지난해 1만5940가구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2년 뒤인 2021년에는 4426가구로 줄어든다. 서울 전체로는 올해 4만3992가구 수준인 입주물량이 2021년엔 1만9063가구로 급감한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마저 시행되면 전세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분양가 상한제로 반값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한 잠재매수자들이 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윤 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차장은 “상한제가 시행되면 10억원 안팎의 차익이 기대되는 아파트도 강남권에서 나올 것”이라며 “분양을 받기 위해 전세를 유지하려는 ‘전세 선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적어도 청약가점이 60점을 넘어야 서울에서 당첨을 기대해볼 수 있다”며 “청약가점이 낮은 실수요자도 기대감으로 전세시장에 머물면서 전셋값 급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월세 상승률 상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부족한 서울 내 입주물량을 감안하면 상한제를 하지 않더라도 전세난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전셋값 급등에 놀란 정부가 할 수 없이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추진하고 있다. 임대료 인상률을 1년에 5% 이하로 제한해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