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있었다면…상한제 카드 꺼내지 않았을 것"
“만약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이 지금도 부동산정책을 총괄한다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지 않았을 겁니다. 부동산시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김 전 실장이 부작용이 더 크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전 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한 국토교통부의 전직 고위관료는 “김 전 실장이 물러나자 분양가 상한제가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이처럼 지적했다. 그는 “김 전 실장은 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시장친화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가격 통제’가 얼마나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토부 고위 관계자도 “(분양가 상한제는) 김 전 실장이 노무현 정부 때도 마지막까지 망설이며 하기 싫어한 정책”이라며 “단기적인 영향력은 크지만, 도입 후 어떻게 마무리할지가 더 어려운 제도”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냈던 김 전 실장은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놨다. 주택거래신고제,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양도소득세 중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 금융·세제를 망라한 집값 대책이 이때 나왔다. 그러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정권 마지막에 시행됐다. 그마저도 단계별로 진행됐다. 분양가 상한제는 2005년 택지지구 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전용면적 85㎡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했다가 2006년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공공택지 내 모든 주택에 적용했다. 그후 2007년 9월에서야 민간택지도 포함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출을 조이거나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반시장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시장 경제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보니 김 전 실장이 망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주택시장의 85%를 차지하는 민간의 주택 공급 감소는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 요인이 될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까지 확대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분양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로또 분양, 공급 감소, 비자발적 실직 증가, 기업 도태 등 부작용을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로 양산될 ‘로또 아파트’ 우려에 대해 “전매제한 기간을 길게 가져가면 보완할 수 있다”며 “각종 부작용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06년 판교신도시 분양 당시 전매제한 10년 규제에도 청약 열풍이 불었고, 당첨자는 두 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또 다른 전문가는 “김 전 실장이 물러난 이후 청와대와 정부가 단기적이고 국지적인 시장 움직임에 일희일비하면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