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사업자 선정을 마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의 입찰 자격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고 있다. 최고 입찰가를 적어낸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메리츠 컨소시엄)이 입찰 탈락에 불복하면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메리츠 컨소시엄 간 소송전이 벌어지면 공기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자 선정 갈등…코레일 "문제 없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역 북부 유휴부지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했던 메리츠 컨소시엄은 코레일을 상대로 우선협상자 선정 가처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지난 9일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한화종합화학, 한화건설, 한화역사, 한화리조트, 한화에스테이트)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서울역 북부 유휴부지 개발사업은 서울 봉래동2가 122 일대의 3만1920㎡에 달하는 철도 유휴용지에 컨벤션·호텔·오피스·문화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1조4000억원 규모로 ‘강북판 코엑스’로 불리며 이목을 끌었다. 입찰경쟁에서 메리츠 컨소시엄(메리츠종금·화재, STX, 롯데건설, 기타)이 가장 많은 입찰가 9000억원을 써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코레일은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메리츠 컨소시엄을 입찰에서 탈락시켰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의결권 주식 2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자 선정 갈등…코레일 "문제 없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메리츠종금 증권(35%)과 메리츠화재(10%) 등 메리츠 금융그룹 측 출자 비중이 45%다. 반면 메리츠 측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출자 지분을 조정하면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코레일은 이 같은 주장에 해명 자료를 내고 “50일의 기한을 두고 금융위 승인을 받도록 요청했으나 메리츠 컨소시엄은 승인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며 “사업 공모지침에도 SPC를 설립할 경우 사업신청서에 명시한 지분율과 동일한 지분율을 보유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과 메리츠 컨소시엄 간 소송이 길어지면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코레일 고위관계자는 “입찰금액을 2000억원을 높게 써낸 회사를 아무 이유 없이 입찰에서 떨어뜨릴 수는 없다”며 “가처분신청이 나오기 전까지 사업을 보류해야 하는 데다 가처분신청 결과에 따라 사업 방향이 완전히 틀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양길성/최진석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