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민간택지도 분양가상한제
'전가의 보도' 꺼내든 정부
"과거처럼 부작용 뻔한데…"
2013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주변 시세보다 15%가량 낮은 3.3㎡당 평균 3200만원에 분양한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한경DB

2013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주변 시세보다 15%가량 낮은 3.3㎡당 평균 3200만원에 분양한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한경DB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 확대 적용하기로 하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 단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되기도 했지만 시간을 두고 예외 없이 신규 공급 급감→전셋값 급등→매매가격 급등 현상이 차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분양가상한제는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균형과 집값 폭등을 야기했다. 1983년 1월 정부는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자 85㎡ 초과 민영아파트의 분양가격을 3.3㎡당 134만원으로 못 박았다. 그러자 신규 공급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984~1987년 공급된 주택은 최대 필요 물량의 60% 수준에 그쳤다. 1988년 5월부터 7개월 동안은 서울에 아파트 분양이 아예 없었다. 경제 호황 속에서 공급이 끊기자 기존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1990년대 들어 1기 신도시가 입주하면서 겨우 집값이 잡혔다.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2007년 분양가상한제 재도입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2007년 40만 가구에 이르던 민영주택 인허가 건수는 2010년 17만 건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자 전국 전셋값이 2011년 15.38% 치솟았고 부산 울산 서울 등 집값이 차례대로 급등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심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로 본 분양가 상한제

분양價 누를 때마다 공급↓…3~4년 후 집값 폭등 불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며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걱정 안 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벌써 공급 위축,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 지 3년 정도 지나면 집값이 급등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시장 참가자들이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응답하라 1977·1983·2007…"시장가격 누른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정부가 추진 중인 분양가 상한제는 실패한 규제로 요약된다. 1977년과 1983년, 2007년까지 총 세 차례 시행됐다.

세 차례 모두 실패

1970년대 중반 분양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주택건설사업계획서에 주택 가격을 포함시켜 정부가 정한 상한선보다 낮아야 승인해 주는 방식으로 가격을 통제했다. 정부 규제와 함께 유가 파동과 수출 감소 등으로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서 주택 경기도 바닥을 쳤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인구가 도시로 급속히 유입된 데다 그동안 분양가 제한으로 공급 물량이 감소해서다.

다시 분양가가 통제된 배경엔 한신공영이 있었다. 1981년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이 자율화되자 한신공영은 3.3㎡당 가격을 138만원으로 올렸다. 기존 분양가 상한선보다 22% 높았다. 그러자 다른 건설사들도 앞다퉈 가격을 올리는 ‘분양가 인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났다. 신축을 따라 기존 아파트 몸값도 치솟았다. 다급해진 정부는 1983년 1월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다시 꺼냈다.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134만원으로 못 박았다. 분양가가 2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건설사들은 바로 공급을 줄였다. 부작용은 1980년대 중후반 유례없는 집값 폭등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없어진 건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다. 건설사들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분양가 규제는 점진적으로 풀리기 시작해 1999년 완전 자율화됐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집값은 다시 올랐다. 분양가 규제와 외환위기가 겹치는 동안 이어졌던 공급 부족에다 기존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쳤다. 2001년 한 해에만 아파트 매매 가격이 14.55% 오르면서 1998년 하락폭(-13.56%)을 상쇄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2년엔 집값이 22.78% 상승했다. 분양가도 덩달아 올랐다. 1998년 3.3㎡당 평균 512만원이던 분양가는 2006년 1546만원으로 세 배 가까이 급등했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노무현 정부는 다시 분양가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2005년 공공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데 이어 2007년엔 민간택지까지 확대시켰다. 2007년 부활한 분양가 상한제는 2014년까지 이어졌다. 서울 재건축·재개발이 꽁꽁 묶이며 사업이 멈췄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승인 사업장은 2006년 14곳에서 2007년 두 곳, 2008년 한 곳으로 줄었다.

부작용은 2010년대 들어 나타났다. 주요 대도시 아파트값이 2010년부터 작년까지 순차적으로 급등한 것이다. 공급 부족 현상이 먼저 발생한 부산에서부터 집값 상승세가 나타났다. 이어 울산 대구 등의 집값이 급등했다. 2014년부터는 수도권 집값이 급등했다.

“양질의 아파트 공급이 해결책”

문재인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5년 만에 제도가 부활한다. 과거 세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또다시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분양가 상승이 집값을 자극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조차 부작용이 더 크다고 우려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8년 12월 ‘부동산정책의 종합적 검토와 발전 방향 모색’ 보고서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사업의 채산성을 떨어뜨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고,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2007년 9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고 1년여가 지나 나온 자료다. 11년 전 연구보고서지만 현재 여러 주택 전문가가 우려하는 부분과 다르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시장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서 나온 잘못된 처방”이라며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신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석/전형진/양길성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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