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호가 뛰고 재건축 단지는 '울상'
정부가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하자 서울 부동산 시장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관리처분 인가를 마치고 분양을 코앞에 둔 재건축조합은 수익성 악화에 따라 분양 방식을 저울질하고 있다. 분양가 통제로 사업 지연이 예상되는 재건축 초기 단지는 매수세가 뚝 끊겼다. 반면 공급 부족으로 희소성이 더 커진 신축 단지는 호가가 크게 뛰었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부분 정비사업장이 분양 계획을 새로 짜고 있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사업성을 높이는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강남구 상아2차, 강동구 둔촌주공,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반포경남 등 재건축조합은 분양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당초 이들 사업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다시 궤도를 수정 중이다. 신반포3차·반포경남 조합 관계자는 “선분양과 후분양 중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분양가 심사를 받기 때문에 사업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선·후분양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3재개발구역,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등 재개발 사업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세운지구 시공사 관계자는 “두 달 이상 시간을 두고 사업성을 높일 방안을 찾기로 했다”며 “분양가 상한제 검토 발표 탓에 사업 일정 전체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일반 분양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1 대 1’ 재건축 단지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이촌동 왕궁, 삼성동 홍실 등이 대표적 사업장이다.

대규모 악재에 사업 초기 단계의 재건축 단지는 매수세가 절벽으로 떨어졌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치동 은마아파트(사진) 전용면적 84㎡는 19억원에 거래된 뒤 매수세가 잠잠해졌다. 대치동 P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매수세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은마 등 재건축 아파트를 사겠다던 분들도 이제는 신축이나 구축 단지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압구정 J공인 관계자는 “지난 8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검토 발표가 나오면서 계약 직전까지 간 거래 한 건이 깨졌다”고 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쏠리던 매수세는 곧장 신축 단지로 옮겨가고 있다. 재건축 사업 지연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대치동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10일 26억원에 손바뀜하며 사상 최고가를 썼다. 지난달 27일 25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2주 만에 고점을 갈아치웠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26억원에 물건을 팔려고 한 집주인들이 1주일 새 호가를 27억원으로 올렸다”며 “분양가 상한제 얘기가 나온 뒤부터 집도 안 보고 바로 거래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강남 4구 내 5~10년차 아파트 가격은 0.09% 올라 전주(-0.01%)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 반전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