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전세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 아파트 공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로또 청약’ 대기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 까닭이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2007년 민영주택 인허가 건수는 약 40만 가구였다. 하지만 불과 1년 뒤인 2008년에는 23만 가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 분양’을 한 여파다. 당시 2007년 9월까지 사업승인을 신청하고 같은 해 12월 이전 분양승인을 신청하면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음해부터는 사업성이 악화한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집짓기를 포기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쳤다. 30만 가구를 넘던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해마다 줄어 2010년엔 17만여 가구에 그쳤다.

공급이 줄자 전셋값이 먼저 요동쳤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2007년 2.74%에서 2009년 4.27%로 뛰었다. 전셋값 상승률은 2011년 15.3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해 서울 전셋값도 12.96% 오르면서 전세난이 심해졌다. 이 같은 전세난은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0년부터 부산 울산 대구 서울 등의 집값이 순차적으로 급등했다.

공급이 줄면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최고 106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은평뉴타운 2지구는 중대형 면적 당첨 청약가점이 60점을 넘겼다. 탈락한 실수요자들이 다시 로또를 노리는 동안 전셋값은 또 올랐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서울은 사실상 유일한 아파트 공급 방안인 정비사업이 잇따른 규제로 지연돼 수급 불안 요인이 커졌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정비구역 일몰제가 작동하면서 2020년대 중반께에는 입주 아파트가 예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셋값은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이달 들어 2주 연속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플러스 변동률을 보인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