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2007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했다. 분양가격이 집값을 자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규제는 공급물량 급감 현상을 야기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당시 규제 시행 1년 내에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은 민간주택은 전국에서 3700가구에 불과했다. 그중 수도권 물량은 고작 500여 가구였다. 분양가상한제로 수익이 감소한 주택건설업체들이 공급을 포기한 탓이 컸다.

2007년엔 밀어내기·미분양 '부작용'…"수익 없다" 재건축 사업 포기 잇따라
공급이 줄어드는데도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나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저렴한 값에 주택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미루기 시작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13만 가구를 넘어섰다. 1996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미분양 사태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07년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자 규제 적용 이전에는 분양승인을 받기 위한 밀어내기 분양이 성행했으나, 시행 이후에는 공급 절벽 현상이 극심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도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들 경우 12년 전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아파트 분양을 준비하던 사업자들이 분양 시점을 늦추면서 가뜩이나 줄고 있는 아파트 공급이 더 감소할 것으로 보여서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해 후분양을 택해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상황에 빠진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제도 시행 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는 단지 등으로 바뀔 경우 최근 후분양을 확정한 대어급 재건축 단지들도 포함될 수 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벌써부터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원들 사이에서 사업을 포기하자는 반대 의견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시장경제의 논리를 무시한 가격 규제는 새 아파트 희소성을 부각해 집값 상승만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주택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각종 규제를 내놓아도 예상만큼 집값이 안 떨어진다고 판단한 정부가 강력한 추가 규제 카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고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