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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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잡자는 건지 공급을 잡자는 건지 모르겠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거라면 지방차지단체에 분양가 심의위원회가 왜 있는거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 강화에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분양 현장은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건설사들은 물론이고 재건축·재개발 현장, 그리고 분양가를 심의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다시말해 '공급중지' 상태라는 얘기다. 여기에 '첫타자'로 나서다가 뭇매를 맞을까를 우려하는 입장도 한 몫하고 있다.

HUG의 통제가 가시권에 들어선 서울에서는 후분양으로 돌아서는 현장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산정 시 주변 분양가의 100~105%를 넘지 않도록 하다보니 선분양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을 비롯해 서초구에서는 '신반포3차·반포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과 '래미안 윈베일리’등이 후분양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단지들이다.

정부가 가격을 잡겠다고 잇따라 공언하면서 지자체들과 지방도시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들도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특히 서울 집값고 바로 연동될 수 있는 경기도 택지지구나 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들은 작년부터 분양일정들을 미룬 현장들이 수두룩하다. 한 건설사 임원은 "민간참여형 공공분양이라면서 실제로는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기관들이 미루라면 미루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의 R까기] 아파트 분양시장 '눈치보기' 급급…속수무책된 지자체들
현행법상 민간택지나 공공택지에서 분양할 경우 모두 시·군·구의 분양가 심의위원회(분심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분양가 심의위원회 자체를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별 공급규제를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파주 운정3지구의 경우 지자체가 분양가 심의위원회를 여러 번 연기했고, 중간에 3기 신도시 발표까지 있었다"며 "최근 정부의 가격통제 발표에 분심위들이 밀리다보니 혹시 또다른 대책들이 나오는 건 아닐까 불안한 분위기다"고 말했다.

경기권 택지지구에서는 이처럼 정부의 굵직한 발표에 희생양이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2기 신도시인 운정신도시는 3지구는 지난해부터 분양을 준비했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그러나 초등학교 건립을 위한 교육환경영향평가가 지체됐고, 분심위 또한 여러번 미뤄졌다. 이달 간신히 문을 열었지만, 고양 창릉에 3기 신도시가 발표된 후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동시분양에 나섰던 3개 아파트 모두 청약마감을 실패했다. 앞서 2기 신도시인 인천 검단신도시 또한 3기 신도시 발표와 함께 미분양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남부권의 지방자치단체 주택과 관계자는 "서울 강남 살 사람이 우리지역에서 분양받을 일이 뭐가 있겠는가"라며 "지자체에서는 지역민들을 위해 자치권으로 아파트 공급을 인허가해주는 건데, 정부가 사실상 공급을 통제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