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손해 난 아파트 한 해에 몰아서 처분해야 세금 아낀다
부동산 투자자인 김 과장은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 안 내도 될 양도소득세 4000만원을 더 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지방에 투자한 아파트들의 매도 전략을 잘못 짠 게 화근이었다.

서울에 자가로 거주하는 김 과장은 몇 년 전 수도권과 지방에서 3억원짜리 아파트를 한 채씩 사들여 3주택자가 됐다. 투자 성적표는 크게 엇갈렸다. 수도권 아파트는 교통 호재를 업고 2억원 가까이 올랐다. 반면 지방 아파트는 지역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1억원이나 떨어졌다. 덜컥 겁이 난 김 과장은 지난해 말 지방 아파트부터 처분했다. 차익이 없었기 때문에 양도세도 없었다. 1억원을 날렸지만 같은 시기 투자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 게 위안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다시 어떻게 변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김 과장은 블루칩이던 수도권 아파트도 올해 초 정리했다.

김 과장은 3억원에 산 수도권 아파트를 5억원에 팔면서 양도세로 6100만원을 냈다. 조정대상지역이 아니었던 까닭에 최고 62% 중과세율 적용은 피했다. 하지만 차익이 커 일반세율(38%) 자체가 높았다. 양도세는 차익이 클수록 세금도 오르는 누진세율 구조인 까닭이다. 세금을 내고 1억3900만원을 남겼지만 지방 아파트 손실을 감안하면 김 과장이 손에 쥔 건 3900만원 정도다. 이마저도 취·등록세와 대출이자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 남은 게 거의 없었다. 김 과장은 그래도 ‘수업료’를 치르지 않았다는 걸 위안으로 삼았다.

하지만 세무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보면 김 과장은 안 내도 되는 값비싼 수업료를 냈다. 원금을 손해 본 부동산을 매각할 때는 다른 부동산의 차익에서 이를 상계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김 과장이 지방 아파트와 수도권 아파트를 모두 지난해나 올해로 몰아서 처분했다면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었다. 1억원의 손실을 본 지방 아파트가 절세에 활용된다. 수도권 아파트의 차익 2억원에다 먼저 매각한 지방 아파트 차손을 상계처리하면 합산 양도차익이 1억원으로 줄기 때문이다. 차익이 줄면서 세율(35%)도 종전보다 내린다. 지방소득세 등을 더한 양도세는 2100만원으로 상계처리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4000만원가량 줄어든다.

양도세는 1년 동안 발생한 차익과 차손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기간과세다. 통상 개별 거래에 대해선 양도 시점 2개월 뒤의 말일까지 예정신고한다. 이후 매년 5월 31일 소득세 확정신고를 하면서 전년도 양도세를 다시 계산한다. 나중에 판 부동산의 차익을 앞서 판 부동산의 차손과 통산(상계)하면서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손실이 나서 당장 낼 세금이 없더라도 일단 양도세 예정신고를 해두는 게 향후 절세에 유리할 수 있다”며 “통산(상계)을 활용하기 위해선 매각 순서나 시기를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