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입주를 앞둔 서울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한경DB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서울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한경DB
최근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조합(고덕 그라시움)이 실시한 보류지 입찰이 8.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3가구 공급에 107명이 몰렸다. 1~2층 저층이 나오는 일반 보류지 매각과 달리 7층, 33층 등 ‘로열층’이 포함돼 있어서다. 보류지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향후 조합원수 변화에 대비해 분양을 하지 않고 유보해 놓은 물건이다. 조합은 전체 가구 가운데 1% 범위 안에서 보류지로 정할 수 있다.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데다 시세대비 1억원 안팎 저렴하게 낙찰되는 사례도 많아 알짜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1억원 싸게 매입 가능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서울 일원동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 길음뉴타운 롯데캐슬골든힐스,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휘경동 휘경SK뷰, 흑석8구역 롯데캐슬에듀포레 등이 등이 보류지 입찰을 실시했다. 보류지의 인기는 조합이 정한 입찰최저가격이 주변시세보다 싸냐 비싸냐 여부에 따라 갈렸다.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고득 그라시움엔 많은 투자자가 몰렸지만 주변시세와 비슷했던 래미안 개포 루체하임은 유찰 사태를 겪었다.

낙찰가격은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형성되는 사례가 많았다. 고덕 그라시움 전용면적 114㎡의 낙찰가는 10억5762만원을 기록했다. 3년 전 분양가(10억1100만~10억9400만원)와 비슷하다. 인근 아파트 단지 시세와 비교해서는 5000만원 가량 저렴하다. 조합 관계자는 “보류지 매각에 100여명 몰린 것은 이례적”이라며 “강동구 집값이 뛰고 있는 데다 로열층도 함께 내놓다보니 많은 관심이 쏠렸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응찰자가 몰린 주택형은 전용 82㎡였다. 낙찰금액은 8억 5500만원으로 입찰 최저가(7억6800만원)에 비해 약 1억1300만원 높았지만 주변 시세(고덕 아이파크 11억5000만원) 보다 2억원 가량 저렴했다.

흑석 8구역 ‘롯데캐슬에듀포레’ 보류지 입찰에서 전용 59㎡는 9억4150만에 낙찰됐다. 전용 84㎡는 11억 5221만원에 팔렸다. 인근 H공인중개 관계자는 “전용 59㎡ 아파트 시세가 현재 11~12억원에 형성돼 있다”며 “실거래가가 최근 10억 5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1억원 가까이 이득을 본 셈”이라고 말했다.

◆고수들만 아는 투자처

올해 강남4구(강남‧강동‧서초‧송파) 입주 물량은 1만 6200가구에 달한다. 그만큼 보류지 물건도 쏟아진다. 보류지는 통상 입주를 6개월정도 앞두고 나오는 까닭이다. 전문가는 이번 달부터 내년 2월까지 1만2000가구가 쏟아지는 강동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 보류지 14가구를 비롯해 ‘고덕 아르테온’(9가구) 고덕 센트럴아이파크(6가구) 고덕롯데캐슬배네루체(5가구) 등 보유지 34가구가 나올 예정이어서다.

다만 정확한 입찰 시점은 확정할 수 없다. 조합이 정하기 나름이라 사업장마다 각각 다르다. 입찰정보도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재건축‧재개발 ‘클린업시스템’ 홈페이지 들어가 공지를 일일이 찾아야 한다. 신문에 나오는 매각 공고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사실상 후분양이다 보니 최소 6달 안에 잔금까지 치러야 점이 부담이다. 지난 5월 매각된 ‘고덕 그라시움’의 경우 계약금과 중도금 및 잔금을 입주시(9월)까지 전부 납부하는 조건이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유동자금이 풍부한 ‘현금 부자’들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