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반포우성 조합이 분양 시기를 연내로 잡았다가 준공 시점으로 미루는 후분양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새 분양가 기준이 나오면서 당초 예상보다 분양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반포우성, 분양가 4950만원 안 넘으면 "후분양"
반포우성 재건축조합은 지난 12일 열린 조합 총회에서 후분양제 도입에 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찬성표와 반대표 모두 과반수를 모으지 못해 다음 총회에서 이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이날 총회에서는 찬반 결과에 관계없이 HUG가 3.3㎡당 평균 4950만원 밑으로 분양가를 제시할 경우 후분양 도입을 재검토하는 단서가 붙었다”고 밝혔다.

HUG의 새 심사기준을 적용하면 반포우성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000만원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인근에서 지난해 7월 준공한 신반포자이 시세보다 2000만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반포우성은 2017년 11월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고 건물 철거를 진행 중이다. 기존 408가구를 허물고 최고 35층, 7개 동, 596가구를 건설한다. 조합은 이 중 135가구를 올해 말 분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HUG가 이달 초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 관계자는 “강남권 알짜 입지이기 때문에 후분양을 하더라도 미분양 등 사업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동 상아2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라클래시도 후분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달 분양할 예정이던 서초동 무지개아파트도 후분양제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5000여 가구를 분양할 예정이었던 강동구 둔촌주공은 새 비교기준에 따라 3.3㎡당 평균 분양가가 2000만원 초·중반대로 책정될 상황에 놓였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HUG 새 기준을 적용받으면 인접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의 절반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분양 지연 분위기가 비교적 초기 단계의 정비사업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후분양을 선택하면 수익성 재계산 등 사업계획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에 사업 기간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신규 청약이 늦어져 주변 고가 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