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 첫 공식화

상아2차 임원회의서 결정
"주변 호가 3.3㎡당 6500만원
HUG 분양가 4500만원 불과"
서울 삼성동 ‘상아 2차 아파트’가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철거 중인 상아 2차 아파트.  /한경DB

서울 삼성동 ‘상아 2차 아파트’가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철거 중인 상아 2차 아파트. /한경DB

서울 강남의 분양 최대어로 기대를 모은 ‘래미안 라클래시’(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이 지난 11일 임원회의에서 후분양제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에서 후분양제가 적용되는 건 10년 만에 처음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는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는 내용의 ‘분양가 심사기준’을 발표하자 아예 분양 방식을 바꾸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서초무지개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서초 그랑자이’와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주공’ 등 하반기 분양을 앞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동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준석 동국대 교수는 “후분양을 적용하면 향후 집값 인상분을 반영할 수 있어 조합과 건설회사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이 강보합으로 돌아서면서 후분양제가 강남권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단독] 분양가 규제 반발…상아2차 "후분양 가겠다"

강남권 10년 만에 후분양 진행되나

홍승권 상아2차 조합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11일 임원회의를 열고 후분양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다음주 대의원 회의를 거쳐 후분양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후분양제가 다시 등장한 것은 2009년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반포 주공2단지 재건축) 이후 10년 만이다.

상아2차가 ‘후분양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시세에 훨씬 못 미치는 분양가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핵심에 자리한 ‘상아 2차 아파트’는 HUG가 이달 6일 발표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에 따라 강남구 일원동에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와 같은 분양가를 적용받는다. 올 4월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3.3㎡(평)당 분양가는 4569만원이다. 서울 강남구 ‘노른자’ 지역이 ‘주변부’와 같은 분양가를 적용받는 게 맞느냐는 것이 조합 측의 불만이다.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하면 HUG의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어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조합 관계자는 “주변 시세가 전용면적 3.3㎡당 6500만원에 이르는데 4500만원대에 분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아 2차 아파트와 인접한 ‘삼성센트레빌아이파크’는 호가가 전용 3.3㎡당 약 6500만원으로 일원동보다 2000만원가량 비싸다. 상아2차 조합 관계자는 “‘래미안 라클래시’는 인테리어 수준이 높아 공사비가 많이 드는데 같은 분양가를 받으면 부실시공만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은 후분양제를 시행할 경우 발생하는 금융비용 계산을 끝낸 상태다. 조합은 이자 비용 약 1800억원이 소요될 것을 감안해 시공사인 삼성물산을 통해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향후 분양가는 전용 3.3㎡당 5500만원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

둔촌·서초 집단 반발하나

상아 2차 아파트 조합의 ‘후분양’ 결정이 강남권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방아쇠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 하반기 강남권에 분양 예정인 물량은 총 8125가구. 이 가운데 서초 무지개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서초 그랑자이’와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 ‘둔촌주공’이 핵심이다. 서초 그랑자이는 지난주 새 분양가 산정방식이 적용되는 오는 24일 이전에 분양보증을 받기로 결정했지만 상아2차 후분양 추진소식이 들리면서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총 1만2032가구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만 5000가구에 달하는 강동구 ‘둔촌주공’도 후분양을 포함한 여러 대응 방안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HUG 분양가 선정방식을 적용하면 전용 3.3㎡당 2500만원대 분양가를 받게 된다”며 “후분양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지만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시공을 맡은 4개 건설사 간 입장이 달라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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