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주거비 부담 줄어

전용 20㎡ 오피스텔 월세
전세로 바꾸면 10만원 절감
전세자금 대출이 늘면서 월세 시대가 저물고 있다. 사진은 서울 방배동 일대 주택가.  /한경DB

전세자금 대출이 늘면서 월세 시대가 저물고 있다. 사진은 서울 방배동 일대 주택가. /한경DB

직장인 백모씨(28)는 올해 초 서울 용답동에서 전용면적 20㎡ 오피스텔을 월세가 아니라 전세로 구했다. 매달 내는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8만~10만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세보증금 1억2000만원 중 8000만원을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전세자금’을 통해 대출받았다. 이율은 연 2.6%다. 원금을 만기에 일시 상환하면 매월 대출이자 20만원가량만 내면 된다. 백씨는 “월세로 살 때보다 주거비가 월 10만원가량 줄었다”며 “값싼 이자로 보증금을 빌릴 수 있어 주변 지인 대부분이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연립·다세대주택 임대시장이 월세에서 다시 전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가 연 1~2%대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지원하면서 전세 주거비가 월세보다 저렴해진 영향이다. 오피스텔과 원룸 공급 물량이 늘어난 점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월세 비중, 2년 새 ‘5%포인트 뚝’

年 1~2%대 전세대출 효과…월세 줄어든다

연립·다세대주택의 월세 거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1~4월) 아파트를 뺀 서울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한 비중은 47.3%에 그쳤다. 2년 전(52.4%)보다 5.1%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수도권은 같은 기간 47.9%에서 44.2%로 낮아졌다.

2016년까지는 ‘월세 전성시대’였다. 2014년 50.3%이던 서울 전·월세 거래량(아파트 제외) 중 월세 비중은 2016년 54.5%로 치솟았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 간 영향이었다. 2015년 서울 주택 전세가격은 한 해 동안 7.3% 올랐다.

업계에선 정부가 내놓은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 상품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정부는 지난해 연 1~2%대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2017년 말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 후속 조치다. 지난해 1월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 상품이 출시됐다. 혼인 5년 이내 신혼부부에게 전세자금을 연 1.20~2.15% 금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대출 한도는 수도권 2억원, 기타 지역 1억6000만원이다. 지난해 6월 출시한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은 금리가 연 1.2%다. 금리가 시중은행의 3분의 1가량으로 저렴하다. 중소·중견기업 등에 다니면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한도는 최고 1억원이다.

전세보증금을 값싼 이자로 대출받으면서 세입자들은 월세에서 전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역삼동 J공인 관계자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찾는 세입자 열에 아홉은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집주인도 “전세 선호”

年 1~2%대 전세대출 효과…월세 줄어든다

집주인이 전세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이전보다 강해졌다. 월세 수익률을 보여주는 전·월세 전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기준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은 4.6%다. 2016년 5.8%, 2017년 5.2%, 2018년 4.8% 등으로 매년 줄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전·월세 전환율이 낮아지면 월세의 기대 수익률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연립·다세대주택 개발업체인 가나건설의 탁현정 이사는 “전세자금 대출 제도 활성화로 전세 수요가 대폭 늘면서 전셋값과 분양가도 오르고 있다”며 “매달 월세를 받으려고 투자한 집주인들은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오피스텔 공급이 늘어난 데다 대체 수요인 아파트 전셋값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 등 원룸 공급이 늘면서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아파트 전셋값도 안정돼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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