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은 발주처가 자의로 공사원가를 쥐어짜는 ‘부당삭감’도 적정 공사를 어렵게 하는 관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가를 쥐어짜는 현행 공공 발주제도와는 별개로 발주처 차원에서 또 한번의 ‘꺾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안성~성남 간 도로공사를 약 2800억원에 수주한 C건설사는 80억원가량의 손실을 냈다.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가 가장 최근 시점의 물가수준이 아니라 2017년의 설계금액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선정한 탓이다.

C사 관계자는 “발주처가 전년도 설계금액을 기준으로 발주하면 통상 2~3%의 부당 삭감 피해를 입는다”며 “발주금액이 큰 공사라면 적잖은 손실 규모”라고 비판했다. 한국전력공사와 6개 발전자회사가 2015년 발주한 공사들도 표준품셈의 노무비를 자체적인 ‘설계조정률’이란 명목으로 10~30%가량 일괄 삭감해 당시 업계의 원성을 샀다.

경기 구리시새마을회는 지난해 4월 구리시 교문동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새마을회관 신축 공사를 발주했다. 입찰 공고문에 올라온 기초가격은 7억1715만원. 원가계산 전문기관인 한국산업경쟁력연구원이 분석한 금액(14억1000만원)보다 절반이나 낮았다. 발주처인 구리시새마을회가 관리비, 예상 이윤 등을 임의로 깎은 게 원인이었다. 구리시로부터 사업비 16억5200만원을 지원받았으나 기초금액이 적정한지 검토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조달청에서 대행하는 민간공사가 입찰제도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50% 이상인 사업은 해당 지자체에서 원가심사 등 계약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이 50% 미만인 민간공사는 기초금액 산정에 관한 별도 규정조차 없다.

조달청 관계자는 “공기업 등은 자체 기준에 따라 기초금액을 산정해 입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토목업체 관계자는 “입찰이 세 차례 유찰될 경우 발주처는 원하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는데, 이때 임의로 낮은 가격에 계약을 맺은 뒤 정부 보조금을 가로채고 있다는 의혹도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