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共공사의 덫 (2)·끝 '간접비 폭탄'에 시름

장기공사도 해마다 계약
툭하면 예산 배정 늦어져
하소연할 곳 없는 건설사
공사 구간에서 영업 중인 상가들의 민원으로 공기가 지연되고 있는 포천 일대 국도 43호선 공사 현장.  /양길성 기자

공사 구간에서 영업 중인 상가들의 민원으로 공기가 지연되고 있는 포천 일대 국도 43호선 공사 현장. /양길성 기자

경기 포천시 소흘읍 국도 43호선(연기~고성) 확장 공사를 하고 있는 A건설사는 예상치 못한 공기 지연으로 매년 7억~8억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2011년 공사를 시작해 2016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내년 말로 5년가량 늦춰졌다. 기존 도로의 확장 공사여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기존 상가들의 반발로 공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발주처인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이 같은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 기간, 공사비를 책정했다. 이 때문에 공사 지연과 설계 변경으로 A사가 직접공사비 외에 이미 부담했거나 앞으로 부담해야 하는 ‘간접비’는 4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과 맞먹는다. 회사 관계자는 “발주처에 공기 지연에 따른 간접비 보전을 요구해도 깜깜무소식”이라며 “공사를 진행하려면 사업계획 변경이 불가피했지만 발주처는 모든 책임을 건설회사로 돌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공공이 발주하는 적자공사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이 ‘간접비 폭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사 기간 연장으로 사업비가 늘어도 이를 보전받을 길이 마땅치 않아서다.

예산 배정 지연 ‘부지기수’

간접비는 직접비에 대응하는 회계용어다. 사무실 운영비, 사무직원 인건비 등 각 부분에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이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간접비 전부를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면서 공공공사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펴낸 ‘공공공사비 산정 및 관리 실태와 제도적 개선 방안’을 보면 2011~2013년 총 821개 공공공사 현장 중 254개 현장에서 공기 연장이 발생했다. 2001년 사업을 시작한 국도 42호선 ‘원주시 관설~봉산’ 구간(총연장 7.4㎞)도 발주처인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의 예산 부족으로 원래 예정된 공기보다 7년이 늦어져 2013년에야 공사가 마무리됐다. 공기 연장으로 사업비는 1144억300만원에서 1273억5800만원으로 11% 넘게 늘었다.

공기 지연은 간접비 증가의 직접적인 요인이다. 건설사와 발주처인 정부, 지방자치단체는 ‘장기계속계약’ 제도에 따라 공공공사 계약을 맺는다. 2년 이상 소요되는 공사 대부분이 포함된다. 이 제도에 따라 계약은 통상 해마다 차수별로 이뤄진다. 사업비도 그때그때 지급된다.

이렇다 보니 차수별로 적정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공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늘어나는 공기만큼 시공사는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등 간접비를 고스란히 지출해야 한다. 경기 소재 B건설사 대표는 “연차별로 계약이 늦어져도 시공사는 현장에서 철수할 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간접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매년 2~3개월씩 예산 배정이 늦어져 계약 당시보다 공사가 지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재료비와 인건비는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청구가 가능하나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현재로선 보상받을 길이 소송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원에 설계 변경 … 공사기간 5년 늘었는데 건설사가 비용 떠안아

간접비 소송 260건 진행 중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로 간접비 보상은 더 까다로워졌다. 대법원이 최초계약(총괄계약)이 아닌, 통상 1년마다 체결되는 차수별 계약만 유효하다고 인정해서다. 첫 총괄계약 당시보다 공사 기간이 3년 늘어나도 마지막 맺은 차수계약에서 준공일만 늦추면 발주기관은 간접비를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대법원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발주기관이 사업이 지연될 때마다 매년 차수계약을 새로 맺어 준공일만 변경하면, 공기가 늘어도 시공사는 간접비를 받을 길이 없다.

당시 소송에 나선 현대건설 등 12개 건설사는 2004년 12월 서울 지하철 7호선 온수~부평 구간 공사에 참여했다. 2011년 3월 완공 예정이던 공사는 예산 부족 등 이유로 21개월가량 늦어졌다. 이에 발주처인 서울시는 건설사들과 사업기간을 2012년까지로 명시한 차수계약을 다시 맺었다. 건설사들은 공기 지연으로 늘어나는 간접비 280억원을 계약금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이를 거부했고, 건설사들은 2012년 소송에 들어갔다. 이후 소송에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대법 판결로 공공공사에 뛰어든 업체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공공공사의 간접비 소송은 260건에 달한다. 소송가액은 1조2000억원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공기 연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난해 7월 이전 발주된 공사는 주 68시간에 맞춰 공기가 계획된 경우가 많아서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사현장 37곳의 원가 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간접노무비가 평균 12.3% 늘었다”며 “전체 공사의 60~70%인 민간공사는 계약변경 의무가 없어 어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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